北서 4일째 연락 두절 호주 유학생 추측 ‘난무’···G20 참석 호주 총리 유감 표명

     호주 유학생 시글러의 홈페이지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북한 유학 중 최근 돌연 연락이 끊긴 호주인 알렉 시글리의 소재가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호주 정부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시글리와 관련한 추가 정보가 없다.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각국이 안타까움을 전하고 기꺼이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이 문제에 계속 노력을 집중하겠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실히 파악한 후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평양에 대사관이 없는 호주는 영사업무를 대리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시글리의 행방을 찾고 있다.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중인 시글리는 지난 24일 이후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미국의소리(VOA)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글리가 24~25일 사이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제2의 웜비어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알렉 시글리가 지난 3일 트위터에 올린 사진. 시글리는 “나의 (문학작품)구성론 선생님,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 문학강좌 교원 리병간 동지와 함께. 명랑하고 쾌활한 분이다.”라고 썼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본과 한국 방문 등 민감한 시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그가 통신 수단을 차단당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글리의 친구이자 호주국립대 북한전문가 레오니드 페트로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일본에 있고 이후 한국을 방문해 비무장지대(DMZ)를 찾을 수도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남북한 긴장 태세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호주 언론에 말했다.

이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정보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외부로 전달해온 시글리를 북한당국이 방해요소로 보고 일시적으로 통신 접속을 막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글리는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북한 관련 글을 활발히 올려왔다.

또 다른 호주 매체 는 “시글리가 웹사이트에 북한 관련 글을 쓰면서 북 당국자들을 화나게 했을 수 있다”며 “북한은 보안상의 이유로 그를 어딘가에 두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에서 연락이 두절된 호주 유학생 시글러

이 매체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와의 관계에 대해 시글리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글리는 지난 1월부터 NK뉴스에 북한의 패션을 소개하는 등 서양인의 눈으로 본 북한 모습에 대한 칼럼 형식의 글을 써 왔다. 그러나 NK뉴스측은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매체가 어떤 식으로도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해명했다.

앞서의 호주국립대 북한전문가 레오니드 페트로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를 떠난 직후 시글리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재앙적인 것은 아니며 시글리의 건강엔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글리는 지난해 평양에서 일본인 아내 모리나가 유카와 결혼했다. 모리나가는 호주 언론 인터뷰에서 “24일 남편과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 아무런 이상한 점이 없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체포된 건지 아닌지 모른다.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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