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재학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로 세계 시장 정조준”
[아시아엔=나경태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눈 오는 날 도로 위를 보면 자잘한 검은 알갱이들이 눈에 띈다. 빙판길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설제가 뿌려진 것이다. 길 미끄러워 사고 나는 것보단 낫지만, 내 차가 그 위를 달리고 있으면 찜찜하다. 제설제의 염화칼슘 성분이 차량 하부를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설제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존 제설제에 부식방지제를 섞는 단순한 제조에 그쳐 부식율은 낮췄을지언정 융빙 성능은 떨어지고 가격은 두 배 오른다. 그뿐인가. 가이드 레일 부식, 콘크리트 노면 파손, 가로수 생장 저해, 운전자 호흡기 질환까지 제설제 사용에 따른 사회 간접비용은 제설제 살포 비용의 4배에 달한다.
2017년 11월 설립된 스타스테크는 ‘무늬만 친환경’인 기존 친환경 제설제의 폐해를 완벽하게 극복한 에코스트원(ECO-ST1)을 개발,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 서울 구로동에 있는 스타스테크 회의실에서 양승찬(서울대 화학생물공학 3년) 대표를 만났다.
“기술 기본 콘셉트는 불가사리의 이온 흡착 경향성에 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가 중금속 흡착에 사용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럼 염화이온도 흡착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했었죠. 이를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고요. 서울대 진학 후 창업을 결심했고 현재 제품의 핵심 기술인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와 특정 부식방지제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오승모 서울대 명예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자문에 힘입어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에코스트원은 불가사리 추출성분으로 염화이온을 흡착하는 동시에 부식 방지제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부식작용을 거의 완벽하게 억누른다. 융빙 성능은 기존 제설제의 1.7배, 제설 지속시간은 2배 수준이다. 또한 기존 제설제가 판상형 구조라 쉽게 부서지고 시간이 지나면 돌처럼 굳어져 다음 시즌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에 비해, 구슬형 구조를 띠는 에코스트원은 형태가 오래 지속되고 실내 보관 시 3년 이상 보관해 뒀다가 쓸 수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즉각 상용화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기술만으론 제품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안고 군에 입대했지만, 군 복무 중에도 창업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외려 뜻이 잘 맞는 군대 동기 2명과 회사를 차렸고, 시제품조차 없는 상황에서 직속상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참가해 참모총장상, ‘도전 K-스타트업 2017’에 참가해 국방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사업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셈. 포상휴가는 덤이었다.
“처음엔 휴가 욕심으로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한 측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군인에게 가장 큰 동기는 누가 뭐라 해도 휴가니까요. 그런데 정작 휴가를 나가선 기술력 보완을 위한 실험에 몰두했습니다. 인증기관에서 수백 차례에 걸쳐 실험했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나갔죠. 군 간부들 배려로 ‘싸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을 자유롭게 이용해 부대 내에서도 꾸준히 사업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군인 창업이자 대학생 창업으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스타스테크는 환경 폐기물로 분류돼 연간 3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불가사리를 제품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제조원가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환경 보전에도 한몫 하고 있다. 명실 공히 친환경 제설제 회사인 것이다. 양식 수산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수협과 어민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불가사리를 무상으로 수거해가니 관에서도 민에서도 호응을 얻는다.
“스타스테크는 ‘쓰레기로 환경을 구하자’는 모토 하에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사 설립 직후 2년 만에 누적 매출액 40억원을 달성했죠. 그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4월엔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머잖아 국내 1위 업체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입니다. 한국, 일본, 러시아 등에 특허등록을 마쳤고,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도 출원돼 있죠. 일본엔 이미 수출을 하고 있고요. 수출 국가의 확대를 통해 제설제 수요의 계절성을 극복할 겁니다. 신제품 연구 또한 병행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턴 신제품 개발을 통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원활한 수출 판로 개척을 위해 완제품을 실어나르는 방식이 아닌 기술 세럼을 공급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카콜라가 원액만 공급함으로써 운송비용을 절감한 것과 같은 이치다. 사업이 커지는 만큼 직원 수도 많아졌다. 현재 21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26살 젊은 청년이 스무명 이상의 생계를 직간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경영자로서의 책임감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겠느냐”고 되물었다.
“회사 운영의 부담감은 경영자에겐 숙명 같은 것 아닐까요.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면 대표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거죠. 나이에 따른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연장자를 직원으로 두는 일도 많아질 거예요. 실제로 제 아버지뻘 되는 핵심 임원을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직위에 걸맞은 역할, 서로를 존중하는 매너,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있다면 나이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양 대표는 발군의 기술력과 함께 조직 융화를 회사의 장점으로 꼽았다. 2030세대가 주를 이루는 여느 스타트업과 달리 60대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임직원들이 ‘또라이 같은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래라는 한 울타리를 치웠을 때 드러나는 융화가 제대로 된 융화라며 회사 구성원의 단합을 자랑했다.
거침없는 경영 구상과 달리 학업에 관해선 고민이 깊었다. 휴학 연한이 꽉 차 2020년 1학기엔 복학을 해야 되는 상황. 다행히 창업 휴학 제도가 생겨 1년 더 휴학할 순 있지만, 이를 위해선 올해 창업과 관련한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양 대표는 “대학들이 대학생 창업을 진정 장려한다면 보고서로 학점을 벌충할 수 있게 해주고, 창업 휴학 연한을 2년 이상으로 늘리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