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군 사관 대학’ 통합 개편안, 재검토를 촉구합니다!
육ㆍ해ㆍ공군사관학교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예 장교를 양성해 온 국가안보의 핵심 교육기관입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합동성 강화, 우수 인재 확보, 미래전 대비 등의 명분하에 3개 사관학교를 ‘국군 사관 대학’으로 통합하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신입생을 통합 선발하여 1ㆍ2학년은 대전의 신설 학교에서 공통 교육을 실시하고, 3.4학년은 육사의 경우 서울에서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고, 해ㆍ공사는 현 위치인 진해와 청주에서 교육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안보를 책임졌던 역대 육군참모총장으로서 이처럼 중대한 제도 개편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군사적ㆍ교육적 검증 없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정부가 신중하게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첫째.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문제로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육ㆍ해ㆍ공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대한민국 장교와 고위 지휘관들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입니다. 창군 이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경험을 충분히 검토하고, 외국의 사례와 미래 군사 발전 방향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속도보다 신 중함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둘째. 각 사관학교의 특수성이 반영된 교육체계를 존중해야 합니다.
육ㆍ해ㆍ공군은 작전 환경과 임무, 그리고 조직 문화가 서로 다릅니다. 각 사관학교는 학문 교육만이 아니라 각 군의 가치관과 리더십, 전투 방식 및 전문성을 길러주는 과정입니 다. 따라서 장교 양성 과정에서부터 각 군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관학교의 본령은 합동성 이전에 군사 전문 직업주의에 있습니다.
셋째. 사관학교 통합과 합동성 강화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현대전에서 합동작전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합동성이 본격적으로 길러지는 시점은 사관학교 교육단계가 아닙니다. 합동성은 임관 이후 야전 경험과 육ㆍ해ㆍ공군대학, 합동참모대학, 국방대학교에서 작전 및 전략적 사고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갖추어지게 됩니다. 각 군의 전문성이 완성되고 정체성이 제고되었을 때 전장에서 합동성이 발휘되는 것이 순리입니다.
넷째. 우수 인재 확보와 교육 경쟁력 약화가 우려됩니다
사관학교의 경쟁력은 우수한 생도와 교수진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사관학교의 지방 이전 및 분산 운영이 지원율과 교육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판단 할 수 있습니다. 사관학교에서 개인의 특성과 선호를 고려하여 군별로 모집하고 양성하는 것이 우수 자원 확보와 자부심, 정체성 제고 등 여러 면에서 합리적일 것입니다. 충분 한 검증 없이 추진될 경우 미래 국군의 인재 양성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섯째, 사관학교의 역사와 전통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닙니다. 수많은 장교들과 유능한 지휘관들을 배출하여 대한민국을 지켜온 역사와 전통의 상징입니다. 특히 육사가 위치한 서울의 화랑대는 국군 창설과 6.25 전쟁 초기에 생도들의 절반이 목숨 바쳐 싸운 국가 수호의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 안보의 성지입니다. 효율성과 혁신도 중요하지만, 오랜 세월 축적된 역사와 전통의 가치 역시 국가적 자산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관학교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지켜왔고 미래를 지켜낼 호국의 보루이자 군의 자존심 입니다. 각 군과 관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검증과 국민적 공감대 없이 졸속으로 통합이 추진되어서는 안 됩니다.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국가 예산이 낭비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과거 일부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부정적인 행적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 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대다수의 장교들은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묵묵히 조국수호 임무에 헌신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랑대를 비롯한 각 군 사관학교는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그 전통 위에서 미래의 지휘관들이 국가 수호의 사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국군의 미래를 염려하는 역대 육군참모총장 일동
(도일규, 김판규, 박흥렬, 임충빈, 한민구, 황의돈, 김상기, 조정환, 권오성, 김요환, 장준규, 김용우, 박정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