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매화꽃이 필 때면’ 박노해 “그대가 그리워서 얼굴을 묻고”

홍매화

청매화가 필 때면 마음이 설레어서
아침 길에도 가보고 귀갓길에도 가보고
달빛에도 홀로 가 서성입니다

청매화 핀 야산 언덕에 홀로 앉아 술잔을 들고
멀리 밤 기차가 지나가는 걸 바라보면
아, 그리운 사람들은 왜 멀리 있는지
꽃이 필 때면 왜 더 멀리 멀리 있는지

꽃샘바람에 청매화 향기는 나를 못살게 못살게 흔들고
그대가 그리워서 얼굴을 묻고
하르르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냥 이대로 죽고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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