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86] 엄지손가락 깍지끼기와 ‘일상 벗어나기’

엄지손가락 깍지끼기 <사진 한국에너지공단 블로그>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양 손을 깍지껴보자. 그리고 어느 손의 엄지손가락이 맨 위에 있는지 확인해보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면 된다. 개인마다 올라가는 엄지손가락은 다르다. 왼손 엄지손가락이 올라가기도 하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올라가기도 한다. 이제는 깍지를 낀 상태에서 반대로 깍지껴보자. 조금 전 왼손의 엄지손가락이 올라갔다면 이번에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올라가게 해보는 것이다. 일종의 변화를 준 것인데 독자의 대부분은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이제 깍지를 풀고 다시 한번 깍지를 껴보자. 어느 손의 엄지손가락이 올라가는가? 아마 처음 깍지를 꼈을 때 올라간 엄지손가락이 올라갈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함’ 때문이다. 양손의 깍지를 끼는 것조차 그동안 자신에게 익숙했던 방법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되는 것이다.

비단 깍지를 바꿔 끼는 것뿐만 아니다. 대개의 경우 자신에게 익숙한 것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면 불편하거나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변화는 불편하고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일하는 방식,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론, 삶 전체에 이르기까지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변화에 대한 필요와 요구를 수없이 접하게 된다. 이를 다르게 표현해보면 ‘새로움’에 대한 필요와 요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자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무엇을 하든지 간에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 즉 일종의 물골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스키마(schema)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런 스키마는 어떤 일을 효율적으로 수월하게 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만 새로움을 찾거나 추구하기에는 종종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만의 스키마에서 벗어나보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깍지를 반대로 껴 본 것과 같이 의도적으로 어색함을 느껴봐야 한다.

여행은 일상에서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일종의 물리적 환경을 바꿔보는 것인데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여행지에서는 유독 달리 보이고 새롭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즐겨 듣는 라디오나 TV프로그램을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와 콘텐츠 등을 접해보는 것만으로도 어색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밖에도 주변에서 스스로 익숙함을 벗어나 어색함을 느껴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꼭 많은 시간과 비용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그 어느 때보다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 연말이 되어 그 욕구가 아쉬움으로 남지 않게 하려면 지금까지의 익숙함에서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어색함을 찾아 즐겨봐야 한다. 새로움은 익숙함보다는 어색함에서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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