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침목’ 조오현 “나 또한 긴 역사의 궤도를 받친 한토막 침목”

침목이 온몸으로 떠받쳐주는 철길은 역사다. 추억 속의 경춘선의 금곡전철역이 보이는 폐선 구간에 쌓인 침목이 과거 철로였음을 보여준다. 1939년 개통돼 71년간 사랑 받아온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는 2010년 12월 20일 운행을 멈췄다. 그날 마지막 열차는 오후 10시03분 청량리발 남춘천행 1837호, 오후 9시00분 남춘천발 청량리행 1838호였다. 강따라 산따라 달리던 열차 안에 청춘이 아롱져 있다.

아무리 더러운 세상을 만나 억눌려 산다 해도
쓸모 없을 때는 버림을 받을지라도
나 또한 긴 역사의 궤도를 받친
한 토막 침목인 것을, 연대인 것을

영원한 고향으로 끝내 남아 있어야 할
태백산 기슭에서 썩어가는 그루터기여
사는 날 지축이 흔들리는 진동이 있는 것을

보아라, 살기 위하여 다만 살기 위하여
얼마만큼 진실했던 뼈들이 부러졌는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파묻혀 사는가를

 비록 그것이 군림에 의한 노역일지라도
자칫 붕괴할 것 같은 내려 앉은 이 지반을
끝끝내 받쳐온 이 있어
하늘이 있는 것을, 역사가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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