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이메일 주소를 winwin0625로 만든 이유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내 이메일 주소는 16년 전인 오늘 그러니까 2002년 6월 25일 늦은 오후 만들었다.
1997년 말 IMF 구제금융사태, 이듬해 2월 25일 ‘단군 이래 첫 정권교체’라는 김대중 정부 출범, 그리고 새천년을 앞두고 우리사회엔 相生이란 말이 자주 회자됐다.
영어로는 winwin쯤으로 번역될 그 말에 나 역시 상당히 이끌렸다. 2002년 6월 25일, 지금의 이메일을 새로 만들기까지 쓰던 이메일 주소는 winwin2, 도메인은 심마니였다. 1년반쯤 사용하던 무렵 심마니란 도메인은 영영 사라지고 다음 메일을 사용키로 했다.
주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본래 좋아하며 이미 사용하던 winwin에다 새 메일을 만드는 날, 6월 25일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게 지금까지 만 16년을 사용하고 있는 winwin0625이다.
이메일 주소(이름)를 만드는 내 원칙은 이렇다.
첫째, 읽기 쉽고 가능하면 외우기도 좋아야 한다. 상대방이 얼른 뜻을 이해하고 한번만 봐도 누구 것인지 금세 알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이메일은 개인, 때로는 다중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니 당연하다.
둘째, 무엇이든 뜻을 담고 있어야 한다. 내 이름은 내가 지을 수 없었지만, 이메일 주소는 내가 짓는 것이다. 내 이름을 짓는 데 아무 생각없이 한다면?
셋째, 이메일은 가능하면 안전하고 안정적인 회사의 것을 돈을 내고 사용한다. 나의 소유 중 가장 중요하고 긴요하며, 소중한 것들이 이곳에 담겨 있다. 그러니 이전의 (심마니) 이메일처럼 회사가 없어져 같이 사라져 버리는 일은 더 이상 겪지 않기 위해서다.
또하나 나의 이메일 주소를 보고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생일? 결혼기념일? 특별한 무슨 날?
“모두 아닙니다. 독일 하고 2002년 월드컵 준결승전 하던 날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6·25가 일어난 날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6·25전쟁이 일어난 날을 이메일 주소로 쓴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봐도 잘했단 생각이 든다. 이날의 비극과 질곡을 당당히 극복하고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을 유치할 정도의 나라로 변모했으니 말이다.
내가 이메일 주소를 새로 개설하던 날, 한국은 독일과 준결승에서 비록 패했지만, 지금도 그날 저녁 붉은악마가 목청껏 외치던 “대~한~민국”, “대~한~민국” 함성이 아직도 내 귓전에 힘차게 울려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