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인기DJ 마리아 “푸틴, 지방 민심 잘 파고들어 대선 승리”

<인터뷰>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인기DJ 마리아

웅진재단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러시아 DJ 마리아 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대서 한국어 전공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러시아 대통령으로 복귀한 5일.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에서 러시아어 DJ로 맹활약 중인 마리아(Maria minkina·25) 씨를 서울 염리동 다문화가족 음악전문 방송국 ‘디지털라디오 키스’에서 만났다.

날이 날이니 만큼 푸틴 대통령 당선에 대한 생각부터 물었다.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것과 비슷해요. 권력욕이 너무 강하죠. 영원한 독재를 꿈꾸잖아요.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서는 푸틴을 비판하는 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 하지만 지방의 소도시에서는 푸틴의 인기가 높죠. 푸틴이 그걸 잘 알고 지방 사람들에게 홍보를 잘 해서 이번에 또 대통령에 당선된 것 같아요.”

마리아씨는 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Saint Petersburg State Univ.)에서 한국언어 및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한국학중앙연구원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그대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해외서 가장 먼저 한국어 전공이 개설된 곳. 19세기 민영환 대사가 러시아에서 외교활동을 펼칠 당시 일행이었던 김병옥 씨가 이 대학 최초의 한국어 교수가 됐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으로 불리는 박노자 씨가 이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상트페테르부르그는 러시아 서쪽 끝, 핀란드와 인접해 있다. 비행기를 타면 한국에서 10시간이나 걸리는 거리. 그 먼 곳에서 마리아 씨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불어전문학교를 다녔어요. 대학 전공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동북아 언어중 한국어를 선택하게 됐죠.”

김만중 ‘구운몽’ 가장 기억에 남아

한국 고전?문학을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작품은 김만중의 구운몽. 한국인 중에서도 구운몽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텐데 먼 나라에서 유학 온 처자의 입에서 김만중의 구운몽이 나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내친 김에 러시아에도 한류가 불고 있는지 물었다. “글쎄요. 러시아 사람들이 걸 그룹을 별로 안 좋아해요. 러시아 사람들은 록이나 가창력 뛰어난 가수를 좋아하거든요.”

마리아씨는 지난해 8월부터 웅진재단이 운영하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에서 러시아어DJ로 맹활약 중이다. 러시아 노동자, 유학생 등이 주 청취자다. 인터넷(www.wjf.kr), 스카이라이프채널(855, 620), IPTV(620, 621), 케이블TV 등을 통해 매일 24시간 방송되고 있다.

타향살이에 지친 고향 사람들에게 자국의 대중가요와 한국생활에서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청취자들은 게시판에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오늘은 기분이 우울해요. elka의 신나는 노래를 들려주세요” 등의 글을 남기며 타향살이의 애환을 달래고 있다.

마리아씨는 “음악을 좋아하고 한국어 전공자로서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DJ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 일을 통해 잘 안 쓰게 되는 러시아 말도 원없이 사용해 좋다”고 말했다. 대학원 기숙사가 서판교 산자락에 있어 친구 만나기가 쉽지 않아 러시아 쓸 일이 많지 않다. 게다가 룸메이트까지 미국인이라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한국에 와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버스 기사들의 급한 운전과 그걸 당연하게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지금은?’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용감한’ 아줌마들의 모습엔 당황스럽단다. “우선 아줌마들의 수다에 아직도 적응을 못하겠어요. 지하철에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는 분도 계셨어요.”

마리아 씨는 요즘 석사 학위 논문 준비로 바쁘다. 그녀가 잡은 주제는 ‘한국의 커피숍 소비문화’. 서울 시내에 나오면 100m 단위로 들어선 커피숍이 그녀에겐 너무 신기한 풍경이다. 게다가 점심은 김밥으로 때우고 비싼 커피를 즐기는 한국 여성들의 소비 형태는 이해불가.

“한국 사람들의 커피숍 문화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왜 그럴까를 심리, 문화, 역사적 고찰을 통해 분석해 보고 싶어요. 설문조사도 남아 있고 아직은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밖에서 뛰어 노는 것보다 실내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만의 문화가 커피숍 안에 있는 것 같아요.”

한국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마리아 씨는 대학원 졸업 후에는 커피 관련 비지니스, 호텔 경영 등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다고 했다. 그녀의 다재다능함을 통해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로 널리 퍼지고, 친한파 러시아인으로서?민간 외교분야서도 멋진 활약을?기대해본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