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내년 총선 앞둔 인도
[아시아엔=닐리마 마터 <아시아엔> 인도 특파원] 읽기 귀찮을 정도로 긴 약관 아래의 ‘동의’ 버튼. 클릭 한번 잘못하면 우리의 개인 정보는 인터넷 바다 속을 떠돌아다닌다. 개인 정보 유출 논란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태풍의 눈에 페이스북이 자리해 있다.
개인 정보 유출에 무덤덤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인의 정보는 한 나라의 지도자를 만드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측은 승리가 불확실했던 다수의 주에서 개인 정보와 심리학 프로파일을 통해 표심을 분석,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지?” “내 정보도 이미 유출된 것 아닌가?” 우리의 머리 속을 맴돌 수 밖에 없는 의문들이지만, 이는 현실 세계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페이스북을 예로 들어보자. 앱 개발자들은 데이터 접근에 대한 허가를 받는다. 성격 테스트 앱을 개발한 알렉산더 코건도 그랬다. 그가 최초로 개발한 앱엔 페이스북 이용자 300명만이 참여했으나, 이들이 누른 ‘동의’ 버튼을 누른 덕에 코건은 약 10만명의 데이터 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코건은 이러한 방식으로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나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코건이 수집한 데이터를 영국의 정보기업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와 공유한 것이다.
CA는 온라인 정치 캠페인을 구축하고, 온라인 데이터 등 다양한 소스를 결합해 잠재적 유권자들에게 노출시키는 기업이다. 최근 CA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개인 정보 유출로 논란을 빚은 페이스북은 CA발 정보 유출로 인한 선거 변수에 대처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이는 인도와 같이 야당이 CA의 고객인 국가들에게도 근심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 정부가 얼마 전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를 소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약 2억4천만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전세계 유저 수 1위 국가이기에 그를 소환할 명분도 있었다. 인도 정부는 저커버그에게 전국 각지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과정을 조작하는데 데이터가 사용됐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인도에서의 페이스북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인도의 대형 광고주들이 개인 정보 유출을 빌미로 페이스북을 들볶고 나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광고주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인도의 디지털 광고 시장이 2020년까지 3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에 광고주들은 소비자를 매우 소중하게 여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인도의 선거위원회는 페이스북과의 파트너쉽을 재검토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 일 후 선거위원회는 목전으로 다가온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의 선거에서 페이스북과의 파트너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페이스북의 정보 침해를 한낱 ‘일탈’ 정도로 가벼이 여긴 셈이다.
의외일 수 있으나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데이터 유출로 피해를 입은 전세계 유저 중 인도의 비율이 고작 0.6%에 그친다는 것이다. 농촌 등 디지털과 떨어져 있는 지역의 인구까지 더한 총 유권자를 감안하면 정보 유출이 인도 선거판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논란의 중심에 선 페이스북은 책임을 회피하진 않았다. 페이스북은 인도 정부 측에 “335명의 유저가 코건의 앱에 접속했고, 그 결과 50만명 가량의 유저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도 “페이스북의 보안을 강화할 계획이다. 2018년은 미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파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선거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현재 15,000명의 직원이 보안 및 콘텐츠 검열 업무를 맡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담당 인력을 20,000명 이상으로 늘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시기적절하고 타당한 발언이다. 전세계 유저의 개인 정보가 담겨있는 플랫폼 페이스북. 새로운 문명을 창조한 33살 마술사의 손이 세계 민주주의에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 차은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