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언론 헤드라인 장식한 ‘뜻밖의’ 김정은 포스터, 도대체 왜?

[아시아엔=닐리마 마터 <아시아엔> 인도 특파원] 2017년 12월, 뜻밖의 사건이 인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름과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등장한 것이다.

이 포스터는 인도 남부 케랄라 주의 인도 공산당이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인도 공산당 측은 이에 대해 ‘실수’라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며칠 후 케랄라 주지사 피나라이 비자얀은 인도 공산당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한은 거친 반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에 대응하는데 있어 북한이 중국보다 효과적이다” “북한은 지구를 둘러싼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적절한 예시다”

이는 인도 사회와 소셜미디어를 강타했다. 1995년 김정은과 피나라이 비자얀를 형제에 빗댄 영화까지 풍자됐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다음의 대화다. 김정은 “내 책상엔 핵미사일 버튼이 있다” 트럼프 “내 버튼은 더 크고 강력하다” 케랄라 주지사 “나는 그래도 김정은의 버튼이 좋다”

온라인 상에서의 관심이 가라앉았고,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남아있다. 인도 공산당은 과거에 둘로 나뉜 적이 있다. 그리고 두 정당은 중국, 러시아와 수년간 관계를 이어갔다.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긴장을 완화시키려 남한과 대화하는 와중에도 중국, 러시아와 발걸음을 맞췄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인 보호자였기에 이는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유엔의 강력한 제재안이 통과되면서 중국은 북한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듯하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은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 12월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북노선이 흥미로워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러시아가 북한이나 이란 핵 문제에 대해 그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 그들은 또한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길 원한다. 그런데 정말 이 방법이 통할까? 러시아는 북한을 둘러싼 모든 말과 방안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2005년에도 북한 핵개발 중단 협상이 있었다. 당시 이해당사국 모두는 이에 동의했고, 서명했다. 그런데 몇 달 뒤 미국의 돌발행동이 발생했다. 미국은 북한의 자산과 은행계좌를 동결하며 북한이 이전 협상보다 더 진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북한은 협상에서 빠져나가 핵개발을 재개했다. 미국은 북한을 자극했고, 모두가 잘 알다시피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무언가 더 바라는 것이 있다 한들 선을 넘어가선 안됐다. 이는 극도로 위험한 행위다.” 푸틴 대통령이 AP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푸틴의 마지막 문장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안보회의 서기의 진술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2017년 12월 초 니콜라이는 “러시아는 전쟁을 불러일으킬지 모를 정치적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늘 이에 대해 분석하고 준비해 왔기에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련의 기록들은 인도 공산당의 김정은 포스터와 북한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케랄라 주지사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1985년 CIA가 작성한 보고서(2017년 1월 기밀에서 제외)는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담고 있다. CIA는 소비에트 연방이 초기 인도의 총리였던 인디라 간디와 그의 아들 라지브 간디에게 자금을 댄 정황을 포착했다. CIA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도 공산당에도 불법 리베이트, 상거래, 현금 지급 등을 통해 돈을 지원했다. 즉 인도와 러시아가 밀월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소리다.

오늘날 인도 정치판에서 벌어진 특정 인물과 특정 정당의 북한(공산국가) 지지 발언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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