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경제칼럼]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그 위험과 자유의 댓가

[아시아엔=엄길청 글로벌사회경영평론가,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장] 17년전 미국의 어느 한적한 마을의 한 증권사 지점에서 고객의 총격으로 많은 증권사 직원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화학연구원으로 밝혀진 범인은 초단기 프로그램 매매로 주식투자를 하다가 2000년 이후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전 재산을 다 잃었다. 이후 범인 고요한 마을에 공연히 증권사가 들어와 사람들을 망하게 한다는 분노를 밝히고 그들을 살해한 것이다.

당시 충격에 빠진 미국정부는 대통령이 즉시 초단기 프로그램 매매 실태를 조사하여 국민들에게 자세히 밝히도록 지시하였다. 그 후 대통령이 직접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투자는 초단기매매는 결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엄정하게 알렸다.

그러면서 미국의 돈은 이제 주택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에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자 이번엔 주택지수 선물거래가 시작되어 이 또한 초단기투자가 불거지게 되었다. 그리고 2008년 주택시장은 모기지(mortgage)시장을 중심으로 대폭락을 경험하게 된다.

당시 모기지시장 파산은 부동산융자 은행들이 위험한 신용거래자에게도 부동산 융자상품을 판 것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투자은행 등에 스왑(swap)이란 보증상품 거래를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른바 오늘날 전세계를 근 10년 동안 금융위기란 대혼란에 빠트린 ‘크레딧 디폴트 스왑’(CDS) 사건이다. 그때 초대형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즈의 파산이 사태의 시작이라 하여 일명 ‘리만사태’라고도 한다.

투자자들과 투기자들이 혼합된 시장은 언제나 투기자들이 위험을 만들어 낸다. 투기자들을 ‘방향성 투자자’라고 한다, 즉 그들은 자기가 믿는 한 방향만 보고 투자한다는 의미다. 그들은 △남의 주식을 빌려서 사고파는 마진거래 △남의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신용거래 △적은 돈으로 많은 거래가 가능한 파생상품거래 등을 주로 이용한다,

비트코인 자체의 신뢰도 아직 어불성설인데 시카고상품거래소는 비트코인선물시장을 2017년 12월 개장하여 새로운 수수료수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8년 4월에는 뉴욕증시에서도 비트코인선물거래를 취급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고 나왔다. 경쟁관계의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세계 부호들의 자유로운 돈의 유치경쟁자인 스위스와 싱가포르가 암호화폐에 대해 가장 관대한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투기자들은 아주 개인적인 성향을 보인다. 일본정부는 “일본에 350만명의 암호화폐 거래자가 있다”며 “2017년에 모두 700조원의 암호화폐 거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나 은닉성이 강한 일본인의 특성과 암호화폐가 서로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위험과 자유는 반드시 그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투자시장에서 돈을 다루는 일을 해보면 점점 두 가지의 원하는 바를 느끼게 된다. 하나는 위험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는 것이며, 하나는 자유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속성이 어김없이 흑역사 속에 반복돼오고 있다,

1929년 대공황은 당시 주식거래 증거금이 10%에 불과한 것에 기인하고 있으며, 1989년 블랙먼데이는 초단기의 프로그램 매매의 성행으로 비롯되었다. 또 2000년 닷컴 버블은 소규모의 알 수 없는 신생기업들의 투기붐에서 시작돼다.

암호화폐의 유용성에 대한 논의가 블록체인이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이전의 가격에 대비한 단기수익률이다. 2017년 비트코인처럼 1년에 20배가 오르고 나면 그 임팩트는 아주 오래간다. 그 영향이 바로 암호화폐의 선물거래 등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투기시장은 가분성, 익명성, 자율성을 추구한다. 암호화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된 디지털 투자상품이다. 그러나 대중이나 개인은 언제나 약속을 다 지키지는 않으며, 충분히 절제하지 못하고, 공익에 관심이 적으며, 특히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낮다. 그래서 개인들의 욕망이 활동하는 금융시장이나 개인들의 인격시장인 법률관리는 통제와 관리와 구속과 감독을 늘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요즘 들어 사람들은 정부나 사회적 약속보다 기술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많다. 4차산업혁명이 공론화되면서 더욱 기술은 절대적인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적 신뢰다. 그러나 정보보안 약속을 지키지 못한 페이스북의 저크버그가 청문회에 나온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노력은 하지만 몰랐다”고 했다. 완전한 것이란 없다는 뜻이다,

대중투자에서 우량주보다는 기술주가 더 거래가 많고, 주택보다 오피스텔이 더 많이 공급·매매되면 시장은 점점 초단기거래가 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장기 투자자나 예금자산 소유자들은 평소 자기 신념 지키기에 유념해야 한다. 투기자는 장기투자자나 예금자의 가담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이나 자유는 사실 원가가 없는 상품들이다, 그래서 한번 바람을 타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파생시장이나 암호시장은 다 직접원가가 없다. 그러면 어디선가 그 돈이 옮겨가야 하는데 특히 이럴 때 시장의 총량이 줄어드는 대세 하락이 나타나거나, 금리가 오르든지 물가가 오르면 위험선호 시장과 자유선호 시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정부도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위해 다소 걱정은 되지만 암호화폐 선물거래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문이라 더욱 정부가 엄격히 운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리라. 그러나 젊은이들이 가장 욕망을 다스리기 어려운 세대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상거래 시장이나 파생거래 시장을 지혜로운 정책관리와 집단지성의 틀 속에 넣어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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