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착용할 권리’ 되찾은 말레이시아 여성들
[아시아엔=노릴라 다우드 전 아세안기자연맹(CAJ) 회장] 30여년 전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국가를 공표한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이슬람의 가치가 중요시되면서 무슬림 여성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몸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착용해 왔다. 어린 소녀들도 오랜 세월 동안 스카프(히잡)로 머리를 가린 채 학교를 다녔다. 스카프가 익숙한 이 소녀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다수의 말레이시아 무슬림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호텔 산업. 호텔은 여성 직원의 스카프 착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혼 전에는 스카프를 착용하지 않고 일할 수도 있어 미혼 직원들이 스카프로 사측과 마찰을 빚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이 배우자를 맞이한 순간, 스카프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호텔 측의 표준업무절차에 따르면 스카프를 계속 착용할 경우 직장을 떠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여성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에 부당함을 제기하며 이 문제는 공론화됐다. 왜 이들은 스카프를 착용한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때마침 13곳의 호텔이 표준업무절차에 따라 스카프 착용 금지를 시행하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다행히도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노사 양측은 원만한 합의에 도달했다. 3000여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협회 3곳(말레이시아 호텔협회, 말레이시아 저가호텔 협회, 말레이시아 호텔주협회)이 2018년 2월 8일부로 국제 호텔에서 근무하는 무슬림 여성 근로자들의 스카프 착용을 허가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노동부 장관인 모하메드 제프리 요아킴이 이 합의안에 최종적으로 서명하며 법적인 효력도 발휘되기 시작했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사실 이 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진 여러 일들이 있었다. 앞서 말레이시아 국제노동자 조합은 호텔에서 일하는 무슬림 여성들이 종교적 이념을 상징하는 스카프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해고통지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말레이시아 호텔협회는 “이는 국제표준에 따른 것이지 차별적인 조치가 아니다”라며 호텔 편을 들었으나, 문화관광부의 모하메드 나즈리 압둘 아지즈 장관은 “해고는 매우 제 멋대로이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사태가 확대됐다. 말레이시아 국제노동자조합은 철저한 조사를 시행할 것이며, 직원을 해고한 호텔의 이름도 밝힐 수 있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말레이시아 노동부 측도 진상규명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이 사안은 문화관광부의 손에서 의회로 넘어가 버렸다.
말레이시아 호텔협회가 노동부의 조사 요구를 거부하는 가운데, 지난 1월 3일 인적자원부가 국가의 문화와 종교에 반하는 차별정책을 시행한 호텔 13곳을 발표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인적자원부 측은 말레이시아 연방헌법 “모든 개인은 자신의 종교를 밝히고, 믿으며, 이를 전파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을 인용하며 호텔 측의 과오를 지적했다. 호텔 측도 이를 수긍했고, 마침내 얽힌 실타래가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