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악습 못 벗는 간호사들께 고함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설날 연휴에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신규간호사가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이 병원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병원이라고 손꼽히는 병원이다. 간호부 시스템도 잘 잡혀 있어 간호학생이라면 모두가 입사하고 싶은 병원이다.
그런데 그런 병원 안에서 신임 간호사가 ‘태움’(Burning)으로 인해서 자살을 하였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지칭하는 용어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교육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이는 직장 내 괴롭힘과 다를 바 없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단어로 통한다.
신규간호사면 이제 갓 병원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의학공부 다시 하고 3교대 하면서 엄청나게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다. 남자친구의 글에 따르면, 신규간호사의 경우 1대1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잘 가르쳐 주지 않았으며, 오후 1시 출근해서 이튿날 새벽 5시 퇴근하였다고 한다.
간호사의 업무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그가 실수할 경우 타격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태움을 통해서 교육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잘못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엄연히 언어폭력이며, 서로 생명을 다루는 분들이 왜 곁에 일하는 동료는 생각해주지 않고, 때리며, 욕하고, 신임 간호사가 결국 병원에서 퇴사하게 하고, 심지어 자살하도록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오랜 경력의 간호사들도 한때 신임 간호사였고, 무엇보다 그들의 마음을 알 텐데, 무한 반복으로 태움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이런 폐습 자체는 오히려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병원에서의 태움은 의사도 울고 갈 정도로 그야말로 사람을 잡는 수준으로 영혼을 태운다고 한다. 거기다가 ‘내리 태움’도 있다. 대체로 병원을 그만두는 간호사의 80%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바로 이 태움 때문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매년 간호대학에서 나오는 말 중에서 “나는 내 후배가 들어오면 절대 태우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어줄 거야” 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후배들이 들어오면 “인사 똑바로 안 해요? 선배는 사람도 아니에요?”라며 태움이 강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사실 군대와 다른 점은 하나밖에 없다. 선임들이 후배들에게 반말을 안 한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 필자가 군대생활 할 때도 군기가 아주 엄했다. 매일 밤 ‘빳다’를 안 맞으면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러나 그 일이 하도 모질어 나는 고참이 되어서 후임병들에게 손을 안 대었다. 그래도 아무 이상 없이 군대생활을 멋지게 하고 제대했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生滅)이 없는지라,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된다.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것이 되는 것은 만고에 변함없는 상도(常道)다. 그런데 그 인과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태움’이라는 모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