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뭣이 중헌디?”도 모르고 세금 축내는 게 진짜 ‘적폐’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뭣이 중헌디?” 한때 무척이나 유행하던 말이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 말이 정말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기자들이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야마’라는 말이 있다.
은어로 ‘기사의 주제나 핵심’을 이르는 말을 말한다. 야마는 ‘중요한 일 또는 것’을 가리킨다. “뭣이 중헌디”를 제대로 아는 것은 야마를 잘 잡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될 듯하다. 행사장에 가면 ‘무엇이 중요한지’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 가운데 더 그렇다. 물론 이들 중에도 ‘뭣이 중헌디’를 잘 분간하는 이도 더러 있다.
최근 세계한인언론인협회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ibis호텔 1층 회의실에서 하루 간격으로 주최한 ‘2017 세계한인언론인 국제심포지엄’에서 필자가 직접 겪은 두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1. 지난 16일 오후 6시45분께 김영근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이 개막식 축사 도중 이렇게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먼저 일어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자신의 축사를 마친 후 그는 자리를 떴다. 김성곤 전 국회의원의 마지막 축사가 끝난 뒤 사진기자들을 위해 앞당겨 실시된 단체사진 촬영에 그가 빠진 것은 물론이다.
1997년 발족한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유지하고 거주국에서 모범적 구성원이 되도록 지원하는 곳”이라고 사이트에서 밝히고 있다.
#사례 2.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통일부장관 초청 재외동포기자단 만찬에서 조명균 장관은 참석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행사가 파할 때까지 2시간 이상 자리를 지켰다. 그는 ‘최근 북한동향 및 남북관계 현황’을 주제로 자세한 설명와 함께 질의에도 충실히 답을 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조 장관은 재외동포 기자들의 개별 사진촬영에도 일일이 응했다.
필자는 행사를 주최하거나 초대받아 참석할 경우 상반되는 두 모습을 매번 확인한다. 하루 저녁에 4~5차례 일정을 잡아 얼굴만 비치며 건성으로 참석하는 이와, 한두 곳에 참석해서 자신과 조직의 입장을 정확·솔직·진지하게 밝히는 당국자 혹은 정치인이나 관계자 가운데 누가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답은 자명하다.
“뭣이 중헌디?”를 모른 채 행사 도중 자리를 뜨며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적폐라면 적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