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에 다시 생각한다②] 국군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있는 박찬주 육군 대장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을 선고받고 21일 오후 서울 국방부 검찰단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김영삼 대통령의 숙정으로 하나회가 물러간 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대부분 ‘유능한’ 장군이었다. 하나회 세상에서 별을 하나라도 달자면 업무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들은 유능하기는 하였으나 ‘훌륭한’ 장군은 많지 않았다.

4년제 육군사관학교가 개교한 이래 군과 국민이 흠모하는 김홍일, 이종찬, 백선엽, 김종오, 한신, 이병형, 채명신, 이재전과 같은 장군들을 얼마나 배출하였는가? 유감스럽게도 하나회가 전횡하는 군에서 바람직한 장관(將官)의 자질이 보이는 장교는 장군을 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하나회가 물러간 자리에 이들 ‘유능한’ 장군들이 장관, 의장, 총장에 주로 기용되었다.

국회 일문일답에서 이들 ‘유능한’ 장관들은 단연 빛을 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유감스럽게도 19세기 영국 귀족을 그린 제인 오스틴의, 다시 말해 독전과 아집의 표상이었다. 우리 육사는 미국 육사를 본받아 출발하였으나 그 후 많은 교수들에 의해 발전하여 왔다. 그런데 ‘유능한’ 군인들은 심지어 육사 교과과정도 개혁하려 들었다. 육사생도 교육은 영어, 태권도, 브리핑 등 5개 과목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 과목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육사는 훈련소나 강습소가 아니다.

이 5개 과목 이외에도, 육사의 교육목표는 훨씬 정연하게 체계화되어 있고 수십 년의 역사를 통하여 전통으로 확립되어 있다. 이것을 장관의 명령이라고 하여 고치려 들었다. 브리핑 잘 하면서 자라난 장군들의 통폐(通弊)다. 이것이 오늘날 후배 장군에게까지 전수되어 인품이 떨어진 장군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를 러일전쟁에서 연합함대사령장관으로 발탁한 사람은 해군대신 야마모토 곤노효에(山本權兵衛)다. 도고는 원래 막부 해군에서 성장하였으나, 야마모토는 명치유신의 주역 사쓰마 출신이었다. 조오슈가 주가 된 육군과 달리 사쓰마의 해군이 정체성을 가진 것은 야마모도 곤노효에 덕분이다. 그는 해군차관으로 러일전쟁을 준비하면서 청일전쟁에서 공을 세웠던 많은 제독들을 물갈이하고 연합함대사령장관으로 비교적 한직에 있던 도고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야마모토에 의하면 도고는 당시 무언가 모르게 운이 따른다는 것이다.

인재를 발탁하는데 그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영험적 직관(靈驗的 直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장관이나 총장들은 이러한 차원에서 인재를 키우고 발탁했어야 하는데 졸지에 과분한 자리를 꿰찬 장관과 총장들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들 자신은 유능했으나, 우수하고 유능한 후배들을 ‘훌륭한 장군’으로 키워내지 못했다. 오늘의 파행은 그 결과다.

월남전에서 만신창이가 된 미 육군을 새롭게 개혁한 것은 에이브라함스 총장이었다. 뒤를 이어서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총장들이 잇따랐다. 그 결과는 사막의 폭풍작전에서의 완승이었다. 사실 1970년대의 ‘깡통군대’가 된 미군은 한국군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군은 세계에 우뚝 서있다. 오늘의 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한 것은 병사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리더, 장군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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