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⑬] ‘플랫폼 비지니스’ 성공 위한 3가지 조건
[아시아엔=이원섭 마컴 큐레이터] 필자는 주업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이외에 지난 10여년 이상 우리문화 사진과 스토리 사이트인 ‘코리아인사이트’(www.koreainsights.co.kr)를 만들어 콘텐츠를 만들었다.
2013년 새롭게 단장해 이어가려 했지만 그동안 사정상 더 이상의 업데이트는 못하다 최근에 신설 법인체를 설립하고 9월중 재오픈을 준비 중에 있다. 촬영과 스토리, 콘텐츠 지속 공급 등에 많은 인력과 비용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데 혼자서 모두 하려 했던 어리석음도 있었고 여건이 부족해 부득이 중단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천지개벽을 하고 있었다. 이에 다시 오픈을 할 수 있었던 거다.
모든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 역할을 오로지 나 혼자 해야만 했던(one sided) 세상이 내가 아니더라도 소비자(방문자, 회원)들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세상, 즉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으로 바뀐 것이다. 양면시장은 주체인 내가 소비자(고객, 회원)가 만든 콘텐츠의 소비자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공급자, 운영자로서 공급한 콘텐츠를 소비자가 소비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진 ‘two sided’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양면의 세상을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는 기차도 지나가고, 화물도 내려 놓고 또 승객이 오르내리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물리적인 접점인 데 지금의 시대에서는 다양한 경제주체를 연결해주는 거의 모든 매개를 의미한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우버는 차량을 한 대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운전기사와 승객을 연결해 주고 있다. 또 숙박 공유 1위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방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남는 방이 있는 소유주와 투숙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의 대표 사례다.
플랫폼과 함께 요즘 최고의 화두인 4차산업혁명 시대로 발전해 생산자에 의해 모든 것이 주도되던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은 점점 도태되고 소비자들도 시장을 만들고 주도하는 비즈니스 시대로 개벽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는 어디에서나 연결이 가능해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즉시 찾을 수 있는 초연결성과 서로 다른 능력들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행동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초지능성으로 나타난다.(Wikipedia 정의) 소위 말하는 IoT, Cloud, Big data, Mobile, 인공지능(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이 어우러져 상상 이상의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 지고 소비된다.
내가 그동안 준비한 한국문화 이미지 검색 플랫폼의 목적은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플랫폼에 모여 우리 문화를 이야기하고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것이다. 플랫폼과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코리아인사이트도 플랫폼이나 4차산업혁명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문화 플랫폼으로 개혁하고 있는 중이다. 문화인들의 연결 마당을 만들고,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가 오가고, 문화 소비가 일어나는 그들의 생각을 모으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변하는 것이 목표다.
필자는 그동안 플랫폼 이전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 즉 공급자만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는 오로지 소비만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며 시대에 뒤 떨어진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제품과 서비스의 제조에서 유통까지 모두 공급해 소비자에 이르게 하겠다는 선형적인 단계를 거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선형가치 사슬(linear value chain)의 구조를 가진 올드 비즈니스 모델로는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더.
이에 반해 플랫폼 모델은 생산자와 소비자, 플랫폼 간의 관계(network)를 통해서 비선형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나 혼자만의 뻔한 선형적 콘텐츠로는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비선형의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출 수 없다. 전문가들은 초연결된 플랫폼만이 성공한다고 분석한다.(Van Alstyne 외, 2016). 이 주장이 지금 혁명적으로 산업 및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있고 이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쓰러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앞으로 만들어질 코리아인사이트는 콘텐츠 생산자가 무척 많고 또 그들이 소비자가 되는 형태로 바꿀 것이다.
양면 네트워크 이론의 공동 개발자인 제프리 파커(Geoffrey G. Parker)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라며 “이를 위해 플랫폼은 구성원간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개방적인 참여 인프라를 제공하며 관리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플랫폼의 대명사인 페이스북을 예로 들자. 페이스북은 가입자간의 상호작용을 하도록 개방하고 그런 인프라만 제공하고 보이지 않는 관리만 한다.
필자가 크게 깨닫고 혁명적으로 생각을 바꾼 것은 바로 내가 소유자(owner), 제공자(provider), 생산자(producer)의 역할을 모두하고 가입자(회원)는 그저 소비자(consumer)에 지나지 않는다는 단면적 구조였다. 내가 만들고 나만이 공급할 수 있으니 게이트키퍼가 되어 모두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에서 파커 교수 지적처럼 이 역할을 소비자들의 상호 의견과 피드백으로 변화시키면 콘텐츠나 서비스의 신속성, 효율성이 훨씬 배증(倍增)하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개별적·차별적인 선택과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
아래 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산업별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현황이다. 초기에는 IT기술과 관련된 운영시스템,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 서비스, 미디어 등이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교육, 운수, 여행, 에너지 등 거의 전 산업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표를 보면서 다행인 것은 필자가 하려는 문화분야 전문 플랫폼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어디에선가 분명 유사한 모델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지만 나처럼 특별한 분야에서 플랫폼을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늦지 않았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 구상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빨리 전환할 것을 권한다.
필자는 앞에서 4차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가 초연결성이라고 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도 다르지 않다. 양면성(two sided) 또는 다면성(multi sided)이라고 불리는 ‘그룹간 네트워크 효과’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 양면이나 다면 네트워크는 사람들의 휴면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형성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양질의 콘텐츠나 서비스 등으로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우호관계가 형성되어야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난다. 단기간에 일방적(one sided)인 목적 추구만으로는 절대 플랫폼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도 로열티나 휴먼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전에 성급하고 무리하게 비즈니스를 추진하다 실패하는 기업들이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 플랫폼인 카카오톡은 처음에 가입자간(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의 장만 제공해 줄 뿐이었다. 어떤 목적성이나 비즈니스의 야망을 드러내지 않고(분명 있었지만 전혀 보이지 않게 로열티만 추구) 그저 묵묵히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만 제공해왔다.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 한국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될 때까지 로열티(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것이다. 그 결과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뱅크(카뱅)이다.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는 물론이고 수십 년의 아성을 위협하는 통장 개설자수의 급속 증가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카톡은 그동안 묵묵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고객의 로열티만을 만든 것이 오늘날의 돌풍으로 이어졌고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의 모범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사족을 달자면 다른 기업 같았으면 벌써 속내를 드러내고 자기 비즈니스를 손쉽게 추진하려다 로열티가 없어 곧바로 망했을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기존 산업의 틀을 바꾸고 가치가 높은 효율적 비즈니스임에 틀림이 없지만 아무리 4차산업혁명이나 플랫폼이라 해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비자(고객)의 마음을 잡지 못하는 네트워크는 고객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이런 네트워크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소유자, 공급자가 양질의 인프라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산자인 나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가치는 소비자들끼리 자유롭게 연결되고 그 연결이 공급자(소유자)에까지 이어질 때 초연결·초지성 효과를 볼 수 있는 세상으로의 혁명이 가능해진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가치를 생산하는 생산자와 그 가치를 얻는 소비자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상호시장이다. 따라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일반 비즈니스에서와 같이 생산에서 유통, 소비를 누군가 한 방향으로 통제하기 어렵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무작위로 연결되고 뒤바뀌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한 비선형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지니기에 가치 창출이 기존의 비즈니스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앞에 말했듯이 차 없는 플랫폼, 룸 없는 플랫폼에 이어 전자상거래 대표 플랫폼 비즈니스인 아마존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를 아마존 플랫폼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그 부가가치는 예전의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물품 생산과 보유에 드는 공장이나 창고도 없고 관리 인력도 극히 소수면 된다. 이에 따라 소요되는 제반 판매관리 비용이 적으니 얼마나 많은 이익이 창출되는 지 상상이 된다. 이제 우버, 에어비엔비, 아마존처럼 공장이나 창고, 배달 차량이 없어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시대가 온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이 위력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수익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나 플랫폼 비즈니스가 아무리 좋다고 맹목적인 믿음과 준비 없는 추진은 금물이다. 우버나 에어비엔비 그리고 아마존의 소비자들이 왜 그곳으로 가는지? 다른 2등 플랫폼에는 왜 안 가는지? 그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겉만 따라하면 성공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열티 형성이다. 휴먼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잘 만든 플랫폼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
결론적으로 플랫폼은 그 자체로는 경쟁력이 아니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나 기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은 초연결·초지성(집단지능)이며 그 속에는 고객들의 로열티 형성이 기본이다. 그곳에 아주 기초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정석이 들어있다. 겉만 따라하다가는 실패한다. 로열티 형성이라는 기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플랫폼은 잘 포장된 껍데기다. 감동을 주는 알맹이와 로열티가 없다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던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