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 16] 서귀포 제과점은 이렇게 성공했다
프로슈머 사로잡는 진심마케팅 커뮤니케이션
TV 같은 거창한 경품 대신 빵맛으로 승부
[아시아엔=이원섭 마케팅을 살리는 커뮤니케이터, IMS Korea 대표] 홍보는 단기간에 효과를 얻으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장기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인력, 조직, 예산이 있다면 홍보가 가능하지만 그것을 갖추기 힘들다면 시간과 정성으로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된다.
나는 이것을 ‘진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Sincere marketing communication)이라고 부른다.
서귀포의 한 빵집 앞을 지난 적이 있다. 유명 브랜드의 빵집도 아닌데 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 동네에 사는 지인에게 물었다. 왜 저리 사람들이 많은지? “빵집 파티쉐 실력이 아주 뛰어난데 제주에 새로 오픈을 하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며칠간 빵을 공짜로 나누어 준다”는 것이었다. 줄선 이유를 알았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더 놀라웠다. 무료로 준 빵이 너무 맛있어 추가로 더 사겠다고 하면 안 판다는 것이었다. 더 먹고 싶으면 무료 시식기간이 끝나고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그때 와서 사면된다고 거절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지켜보았다. 비닐 봉지에 두개씩만 담은 여러 종류 빵을 무작위로 일정 기간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참으로 지혜로운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티쉐가 알고 하는지, 모르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알고 있었던 베이커리들이 오픈할 때 하는 통상적인 마케팅과는 차원이 달랐다.
통상적으로 동네 점포 개업때 하는 프로모션은 이벤트 업체를 불러 도우미들이 쇼잉을 하고, 점포 앞에 풍선 등 장식을 하고, 경품잔치를 하고(빵집에서 자기 업과는 상관없는 TV나 자전거 경품 등), 구매를 하면 자기 업종과는 상관없는 기념품(빵집에서 플라스틱 바구니를 주는 등)을 주고, 전단지를 만들어 알바를 통해 인근 지역에 뿌리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인 마케팅 수단을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 제품과 기술로만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정말 속까지 제대로 소비자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쉐프도 통상적으로 앞에 나열한 여러 프로모션의 방법들을 알고 권유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겉포장식 마케팅보다는 그만큼의 비용으로 자기의 자신있는 제품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빵을 만들어 내는 본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자신감이 없었다면 저리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케팅의 최고 기본은 자기가 팔려는 제품에 충실하는 것이다. 아무리 마케팅 수단이 뛰어나다고 해도 핵심인 상품 질이 뛰어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설사 처음에는 소비자들을 유혹해 모은다 해도 그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빵집에서 맛난 빵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 빵을 외면하고 자전거나 TV로 프로모션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 빵집은 크게 성공해 지금까지도 줄을 서고 있다고 들었다.
제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내 핵심은 무엇이고 내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판단하고 그것을 정해 꾸준하게 밀고 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될 때까지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자기 제품에 대한,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어 길게 꾸준하게 밀고가는 것이다.
요즘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의 대세가 재미(fun)와 오락(entertainment)이다. 그런데 이것은 재미가 떨어지고 소비자가 싫증을 느끼면 없어지는 일시적인 것들이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공감할 수 있는 본래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
같은 생각,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는 동화(同化)와 진정성이 고객과 교감으로 형성되는 통찰(insight)이 마케팅 성공비결이다. 통찰은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이든, 표출적이든 모든 종류의 욕구와 속마음이다.
사람의 속마음을 알기는 아주 어렵다. 더군다나 나만이 아니라 경쟁자들의 제품이나 상품까지 비교하는 시장에서는 여간해서 속마음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을 제대로 보는 것이 통찰이다. 보려고 해서 보이고, 알려고 해서 알아지는 것이 아닌 같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아픔과 기쁨을 같이 하는 것이 바로 통찰이다. 제주도 빵집 쉐프는 고객의 인사이트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무료로 빵을 준다니까 줄을 서는 표출된 마음이 아니라, 남이 줄을 서니까 나도 서본다는 심리와, 맛을 보고 느끼는 평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무료로 나누어 줄 때 첫날은 몇 명, 둘쨋날은 몇명 등 무료 캠페인 기간 동안 찾았던 소비자가 일주일간의 무료 캠페인이 끝나고 일정기간의 방문자와 판매 통계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 입으로만 맛나다, 다른 빵집과 다르다는 등 동양적 사고의 형식적 인사치레의 말들이 아니라 훗날에도 꾸준히 찾아오는 소비자들의 표현되지 않은 숨겨진 마음을 보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인사이트다.
덧붙이자면 화려하게 포장되거나 본질이 아닌 것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 한다. 내 것이 아닌 까닭에 외부적 요인을 인해 언제고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반대로 내것으로 초라하지만 진솔하게 하는 마케팅은 외부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갈 수 있다. .
진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또 다른 의미로 보면 신경마케팅(Neuromarketing)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경마케팅은 뇌과학과 마케팅을 결합한 신종 학문으로 소비자의 구매와 소비 행태를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신경마케팅으로 유명한 것이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소비자들에게 깊이 인지되어 있는 브랜드가 입으로 느끼는 콜라의 맛을 넘어 맛보다는 브랜드로 선택하게 된다는 결과는 뇌에 각인되어 있는 브랜드가 실제로 정직하게 느끼는 입맛보다 우위에 있다. 일종의 뇌의 페이크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는 제품은 경쟁 제품보다 다소 떨어지는 요소가 발생한다고 해도 정으로 이미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독일의 한스-게오르크 호이젤(Hans-Georg Hausel) 박사는 신경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대가다. 이론의 핵심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은 거의 언제나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감정적으로 내려진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다소 비교우위에서 떨어져도 뇌와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는 제품에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뇌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바로 인사이트라고 한다.
필자가 지난 30년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오류는 피상적 판단으로 실체를 보려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주체자의 아집과 전문적인 지식에서 생긴 독선이 덜 전문적이고 두루 살피고 듣고 판단하는 소비자의 그것들과 일차적 차원의 차이에서부터 충돌하기 때문이다. 독선을 버려지 않고는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내가 수십년 걸려 개발했으니 내가 하는 방식대로 하면 성공한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과거 소비재가 부족하던 산업혁명시대에는 “최고의 제품이 가장 잘 팔렸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재가 넘치고 소비자에게 비교 선택권이 넘어가면서 이 원칙은 바뀌었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 최고의 제품이다”로.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 소비자가 아니다. 깊이는 생산자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넓이는 생산자의 전문 자질을 뛰어 넘는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소비만 하는 개체(consumer)가 아니라 직접 제품 생산에도 관여하는 또 다른 생산자(producer)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의 소비자들을 프로슈머(prosumer)라고 부른다.
이 프로슈머들을 확실하게 붙잡는 것이 진심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 진심은 본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프로슈머들은 겉으로 포장된 화려함이나 곁다리 경품에 유혹되지 않는다. 본질로 진심을 헤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