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천하통일 39] 다문화 인재등용의 중요성 설파한 이사의 ‘간축객서(諫逐客書)’

[아시아엔=강철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출세하고자 하는 자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이사는 공명을 구하고 원대한 뜻을 펼치기 위해 머나먼 천리 길을 걸어 진으로 갔다. 당연히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진의 최고 실력자 상국 여불위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식객 노릇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이사는 바로 여불위의 눈에 띄어 집사가 되었다. 그는 가끔씩 여불위의 집을 방문하는 어린 영정왕의 눈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영정이 마침내 이사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사는 그에게 말할 기회를 노렸다. 여불위와 영정이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의 논설을 펼 기회를 얻었다. 이사는 진목공 때의 영광을 말하고는 그때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한 이유를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하늘의 도움이 없었음을 논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진이 천하통일 할 시기가 왔다. 영정왕의 명민함이 목공의 그것을 뛰어넘는다고 추켜세웠다. 이제 진이 통일대업에 나서지 않으면 영영 다시는 이런 때가 돌아오지 않는다. 라며 진왕에게 유세했다. 아부 잘하는 것도 능력임을 이사는 보여주었다.

영정왕은 이사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여불위에게 부탁하여 이사를 궁으로 데려왔다. 그를 바로 장사(長史) 자리에 앉혔다. 지금의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쯤 되는 자리다. 궐내의 문서를 수발하는 자리다. 왕명을 받들고 문서를 관리하는 자리라 왕을 지척에서 모시게 되니 대화할 기회가 많다. 이사는 쾌조의 승진을 거듭한다. 영정은 이사를 계속 그의 곁에 두고 매사에 자문을 구한다. 이사는 이미 순식간에 대부의 반열에 올라있게 된다.

이사는 그동안의 진의 전설적인 재상들이 내놓았던 훌륭한 책략들을 심사숙고하여 이를 더욱 세련되고 강력하게 밀어붙일 방책을 구상한다. 드디어 이사는 천하통일 방책을 다시 내놓는다. 그것은 기왕의 연횡책과 원교근공책을 합친 고도의 외교안보 책략으로 그 위에 유세객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이간책과 매수책을 근간으로 한 설득과 협박 책략을 더한 것이었다. 그는 이 방법으로 가뜩이나 쇄약해진 6국을 뒤흔들고 정신 못 차리게 했다. 사실 그들 6국은 한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이미 멸망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사의 책략은 그대로 먹혀들어가서 천하통일은 눈앞에 밥상처럼 보였다. 영정은 이사를 더욱 평가하여 그를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벼슬인 객경(客卿)으로 승진시켰다.

이사의 초고속승진은 이제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었다. 영정왕은 그를 철저하게 신뢰했다. 그러나 다른 소멸하는 6국도 그대로 나라를 들어 진에게 바칠 수는 없는 일. 그들 나라의 현자들도 자신의 나라를 위해 계책을 냈다. 그들은 무력으로 맞서거나 간첩을 보내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진의 역량을 약화시키려 했다.

정국의 이름을 딴 정국거 <사진=위키피디아>

그러던 중 경천동지할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존재도 희미한 한나라에서 일을 벌인다. 한나라왕은 한의 최고 토목기술자 정국(鄭國)을 시켜 진나라에 들어가 거대한 수리시설을 건설하는 대토목공사를 일으키게 한다. 이 인공수로를 정국의 이름을 따서 정국거(鄭國渠)라 부른다. 정국은 워낙 유명한 토목기술자이므로 진에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그에게 일을 시킨다.

이 정국거(鄭國渠)는 워낙 규모가 크고 힘들어서 진나라의 예산이 물 쓰듯 투입되고 있었다. 진의 재정이 흔들거린다. 정국은 기술자답게 이 일에 몰입되어 일을 추진하던 중에, 우연히 그가 한나라에서 밀명을 받고 들어온 첩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진의 수구세력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악을 쓰며 외국 세력들을 몰아낼 것을 연일 상소를 올리며 영정을 압박하니, 그도 하는 수 없이 진나라 내의 모든 외국 공무원들을 내보내는 축객령을 내린다. 물론 이사도 그에 포함되어 진을 떠나게 되었다.

이사로서는 잘 나가다가 진나라 수구세력에게 밀려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온 것. 그러나 천하의 이사가 아니던가! 그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다. 그는 만고에 빛나는 저 ‘간축객서(諫逐客書)’라는 상소문을 영정왕에게 올린다.

“거대한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으며, 깊은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습니다. 이처럼 왕은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아야 그 덕을 밝힐 수 있습니다. 이제 왕께서 내리신 축객령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첫째, 그 옛날 위대한 목공께서 유능한 인재를 구하실 때 동방의 초나라로부터는 백리해(百里奚)를, 서융에서는 유여(由余)를 초청했고, 또 송나라로부터 건숙(蹇叔)을 모셔왔고, 비표(丕豹)와 공손지(公孫支)를 기용했습니다. 목공께서는 이 다섯 명을 기용하여 천하패자로 군림하셨습니다.

둘째, 효공께서는 위 나라의 상앙을 기용하여 풍속을 바꾸고 국가와 인민을 부강하게 만드는 변법을 실행하셨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초·위를 물리쳐 땅을 천 리나 넓히셨기에 진은 더욱 강대해졌습니다.

셋째, 혜왕께서는 장의(張儀)의 계책을 받아들여서 6국의 합종책을 깨고 각국이 진에 복종하도록 했습니다. 다음 소양왕께서는 범저를 기용하여 왕권을 강화하고 원교근공책으로 진의 위업을 이루셨습니다. 이 네 분의 국왕은 모두 외국의 객경을 기용하여 진에 공헌한 것입니다. 객경이 대체 진에 무엇을 잘못했단 말입니까? 만약 네 분 국왕께서도 축객령을 내리셨다면 진은 강대국이란 이름은커녕 아직도 변방의 오랑캐 나라로 근근히 연명하였을 것입니다.

넷째, 유능한 인재는 진주·보물·미녀·좋은 말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왕께서 가지고 계시는 진주나 보배 따위는 모두 진나라에서 나지 않는 것들이며, 미녀와 좋은 말 그리고 재물도 동방 여러 나라에서 가지고 온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외국에서 가져다 쓰면서 어째서 객경들은 내쫓으려 하십니까? 대왕께서는 이런 하찮은 물건들만 중시하고, 객경들은 중요하게 여기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결국 다른 나라의 힘만 키우고 진의 통일대업에는 불리할 것입니다.

이사의 명문 상소문을 읽은 영정왕은 즉시 ‘축객령’을 취소, 추방했던 객경들을 다시 진나라로 복직시키고, 이사는 승진시켜 진나라 정식벼슬인 정위(廷尉)로 올렸다.

나아가 이사의 설득으로 정국을 사면하고, 계속해서 정국거(鄭國渠) 건설을 지휘하여, 10년만에 마침내 진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리시설인 정국거를 완공해냈다.

이 정국거는 지금까지 중국의 장대한 수리시설로 중국의 발전에 크게 공헌해왔다. 이사의 충언을 받아들인 영정왕의 소문은 온천하에 퍼져서 천하의 인재들이 물밀듯이 진나라로 몰려오게 된다.

이사도 이사지만 영정왕 또한 대단하다. 이런 신하와 왕이 존재한 진나라였다. 진의 천하통일은 너무도 당연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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