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 35] 연나라 장군 악의, 주군에 대한 애끓는 ‘연서’

악의 <사진=네이버 인물사전>

[아시아엔=강철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사마천은 말한다.

“연나라는 밖으로는 오랑캐들과 대항하고 안으로는 제(齊)나라와 진(晉)나라에 대항하면서 강국 사이에 끼어 국력이 가장 약하였고, 거의 멸망 직전에 이른 경우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그런 연나라가 전국시대에 접어들어 크게 한번 빛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연소왕(燕昭王)과 악의(樂毅)장군에 의해서였다.

나라가 망하기 일보 직전에 왕위에 오른 연소왕은 연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널리 인재들을 초빙하였다. 그때 위(魏)나라에서 온 인물이 악의 장군이다. 악의는 조나라 사람으로 위나라에 머물고 있던 차에 연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연소왕의 극진한 대우에 신하 되기를 자청한 것이다. 연소왕은 악의를 보자마자 단번에 중용한다.

소왕은 악의의 제안을 받아들여 진(秦), 초, 한, 조, 위 다섯 나라와 합종하고 그를 최고 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제나라를 공격한다. 악의는 연나라 군사를 이끌고 패주하는 제나라 병사들을 끝까지 뒤쫓아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를 점령하고 제나라의 모든 보물들을 연으로 보낸다. 그는 제나라에 머물면서 항복하지 않은 제나라의 성을 하나씩 평정하여 거(?)와 즉묵(卽墨)을 제외한 70여개 성을 함락시켜 연나라로 귀속시켰다.

소왕과 악의가 죽이 맞아 진군하여 제나라를 멸망시키기 직전, 소왕이 죽고 그의 아들 혜왕(惠王)이 즉위하게 된다. 항상 그러하지만 어리석은 혜왕은 시기심으로 악의를 싫어한다. 당시 제나라 즉묵성은 전단(田單)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는 혜왕과 악의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반간계(反間計)를 쓴다.

“악의는 즉묵성을 무너뜨릴 수 있으면서도 일부러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 게다가 악의는 제나라에서 왕이 되려고 한다.” 헛소문을 전해들은 혜왕은 얼씨구나 하면서 악의를 즉각 경질했고, 그를 대신해 역량이 부족한 기겁을 사령관으로 교체했다. 악의는 자신의 시대가 이미 지나갔음을 알고는 조나라로 망명해 버린다. 이후 전단이 연나라 군사를 치고 이전에 잃어버린 제나라의 모든 성을 되찾는다.

순식간에 나라의 존망이 위태롭게 된 연나라의 혜왕은 악의에게 뻔뻔하기 그지없는 편지를 쓴다.

“과인은 공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소. 과인이 그대를 기겁과 교대시킨 것은 타지에서 너무 고생을 하는 것 같아 좀 쉬라고 그런 것이오. 그런데 그대는 과인의 뜻을 오해하고 연나라를 버리고 조나라에 망명해 버렸소. 선왕께서 그대를 그리 우대하셨거늘 그 보답은 어찌할 것이오?”

악의가 혜왕에게 답서를 쓰니 이것이 그 유명한 ‘보연혜왕서(報燕惠王書)’다. 그 내용이 연소왕에 대한 악의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그야말로 연인끼리의 연서(戀書)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 편지는 중국 고전문학사에서 최고명문으로 평가 받으며, 역대 문장 선집에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제갈량의 <출사표>의 원본이 된 것이다.

연서에서 그는 연나라에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 당할지도 모를 불명예와 모욕이 두려웠다고 말한다. 내가 재앙을 당한다면 이는 나를 알아봐준 선왕의 명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나를 중용해준 선왕의 뜻을 생각한다면 나는 절대 개죽음을 당해서는 안 된다 하였다.

악의 장군이 연서에서 말한다.

“君子交絶, 不出惡聲 忠臣去國, 不潔其名”(군자교절 불출악성 충신거국 불결기명).

“군자는 절교한 뒤에도 상대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 또한 충신은 섬기던 나라를 떠나게 되었을 때도 자기변명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고결하다고 주장하며 떠난 나라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후 연나라는 악의의 아들을 중용했고 악의는 조나라와 연나라를 오가며 두 나라의 객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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