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80 노객이 문재인 대통령께 권하는 4가지 정치력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여러 사람이 우러러보는 지도자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정치력’이다. 특히 한정된 자원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조직의 지도자는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정치력이 필요하다.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대하던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무위지사’(無爲之事)의 고사(古事)를 떠올려 본다.
원래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정치력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나라에서부터 작은 인간관계에까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필요한 정치력에도 네 가지가 있다. 그것은 다양하고 상반된 인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첫째, 방모두단(房謀杜斷). 다양하고 상반된 인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구당서>와 <신당서>에서 유래된 이 말은 방현령(房玄齡)의 지모와 두여회(杜如晦)의 결단력이라는 뜻이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특색과 장점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일을 잘 해결함을 비유한다.
방현령과 두여회는 당태종 이세민을 보필하여 ‘정관의 치’라는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태평성대의 공을 세운 명재상들이다. 각기 장점이 달라서 두여회는 결론을 내리는 데 과감하였고, 방현령은 계획을 세우는 데 뛰어났다(如晦長于斷, 而玄齡善謀).
즉, 방현령은 태종과 국사를 논의할 때 세밀하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는 있었지만 결단력이 부족하였다. 그럴 때면 태종은 두여회를 불러 의견을 구하였다. 두여회는 방현령과 토의하여 방현령의 분석과 해결책이 옳다고 결단력 있게 인정해주었고, 태종은 이들의 자문을 토대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둘째, 중긍경(中肯?). <장자> ‘양생주편’(養生主篇)에 나오는 긍경(肯?)이다. 이 말은 “과녁을 맞추는 것. 일의 급소를 찔러 요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을 말한다. 긍은 뼈에 붙은 살이고, 경은 힘줄과 뼈가 한데 엉킨 곳으로 급소 또는 가장 중요한 곳을 일컫는다.
지도자는 핵심 파악 능력인 중긍경(中肯?)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핵심을 전달하는 소통력이 중요하다. 핵심을 아는 리더라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의도를 한두 문장으로 압축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한다.
셋째, 심모원려(深謀遠慮). <무경십서>(武經十書) ‘군참’(軍讖에 나오는 이 말은 “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이라는 뜻이다. 그 뜻은 “장수에게 심모원려가 없으면 계책이 많은 모사가 곁을 떠나고, 용기가 없으면 병사가 적을 두려워하고, 경거망동하면 군대에 진중한 기운이 없게 되고, 충동적으로 노여움을 발산하면 전군이 두려워한다”이다.
심모원려와 용기는 장수가 평소 소중히 여겨야 할 덕목이다. 적시에 움직이고, 분노할 때 분노하는 것은 장수가 군사를 지휘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넷째, 무위지사(無爲之事). <노자> 제2장에 나오는 이 말은 무위의 태도로 세상일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처무위지사(處無爲之事)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즉 “무위의 태도로 세상일을 처리하고, 말 없는 가르침을 행한다”가 원문이다. 공자 역시 <논어> ‘위령공편’에서 무위의 지도법을 이야기한다.
“무위이치자(無爲而治者) 기순야여(其舜也與) 부하위재(夫何爲哉) 공기정남면이이의(恭己正南面而已矣”(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하를 잘 다스린 사람은 순임금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분이 무엇을 하셨는가? 공손한 태도로 왕위에 앉아 계셨을 뿐이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무위이치’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이루어 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그냥 내버려둔다면 천하는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혼란만 가득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네 가지 ‘대통령의 정치력’을 갖추어 국사를 이끌면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팔십을 앞둔 老客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