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모원려’···한미정상회담 앞둔 문재인 대통령·강경화 장관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심모원려’(深謀遠慮)는 <무경십서>(武經十書)에 나오는 것으로 ‘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이라는 뜻이다.
<무경십서>는 중국의 고대 병법서 10권을 일컫는다. 7대 병법서인 <손자병법> <오자병법> <사마법> <울료자> <당리문대> <육도> <삼략> 등의 <무경칠서>에 <손빈병법> <장원> <삼십육계>를 합하여 <무경십서>라고 한다.
원문에서는 “將無慮, 則謀士去”로 시작한다. “장수에게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없으면 계책이 많은 모사가 곁을 떠나고, 용기가 없으면 병사가 적을 두려워하고, 경거망동하면 군대에 진중한 기운이 없게 되고, 충동적으로 노여움을 발산하면 전군이 두려워한다.” “심모원려와 용기는 장수가 평소 소중히 여겨야 할 덕목이다. 적시에 움직이고, 분노할 때 분노하는 것은 장수가 군사를 지휘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이 덕목은 장수가 지켜야 할 명확한 훈계지침이 되어야 한다.”
<손자병법> 8편 ‘구변편’(九變篇)에 “반드시 손득(損得) 이해(利害)를 함께 생각하라”고 나온다. “是故 智者之慮 必雜於利害 雜於利而務可信也”(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의 생각은, 반드시 이해(利害)를 함께 한다. 이(利)를 참작하는 데 직분을 펼 수 있고, 해(害)를 참작하는 데 근심을 풀 수 있다.)
진정 지모(知謀)가 있는 사람의 계획에는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다소 불리한 줄 알면서도 일을 꾀하므로, 비로소 일에 폭(幅)이 나온다. 바꾸어 말하면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였다 하더라도 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가미하면 뜻밖에 재난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리도 처치 여하에 따라서는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모원려책’(深謀遠慮策)이란 다소 불리한 결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불리한 조건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은 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결코 시책이 엉터리이고, 제멋대로라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일에 임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좋은 태도로서 반드시 그래야만 된다.
최선의 조건만을 내세우려고 하면 아무래도 계획이 오그라들어 큰일을 못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무장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주변 4강외교를 숨 가쁘게 전개해야 한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보아 국익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
털끝만큼도 결점이 없는 미녀는 차갑기 짝이 없어서 접근하기 힘든다. 진정한 미녀는 어딘가에 결점이 있다. 그 결점이 아름다움으로 돋보이게 하면 매력이 더해진다. 바로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나 강경화 외무장관이 절세의 미인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외교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외교는 반드시 손득과 이해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월(越)왕 구천(句踐)과 함께 오나라를 멸망시킨 범려(范?)는, 만년을 제나라의 도 땅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름을 고쳐 주공(朱公)이라 하고, 농업과 목축으로 수억의 재산을 모았다. 그런데 도에서 출생한 주공의 막내아들이 장년이 되었을 때, 차남이 사람을 죽이고 초(楚)나라에서 잡혀갔다.
주공은 처음에 막내아들을 보내어 둘째아들을 구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장남이 “막내를 보내는 것은 내가 불초한 탓이다” 하고 자살을 꾀하므로, 할 수 없이 장남을 파견하기로 하였다. 주공은 황금 1000일(鎰: 1일은 24량)과 한통의 편지를 친교가 있었던 초나라의 장생(莊生)에게 전하도록 했다.
그리고 말하기를, “장생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너는 보고만 있거라” 하며 다짐을 시켰다. 장남은 초나라에 도착하자 장생을 찾아 편지와 황금을 전부 내놓았다. 그러나 장남은 너무 초라한 집에 살고 있는 장생을 믿을 수가 없어서 따로 초의 권력자를 찾아가 숨겨 가지고 온 돈을 헌상하였다. 장생은 청렴하기로 이름 있는 사람으로서, 초의 왕조차 그를 스승으로 존경하는 터였다.
장생은 주공의 편지를 보고 나서 왕을 알현하고 말하였다. “모성(某星)이 모(某)에 드새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길한 징후입니다.” 이 말을 듣고 초(楚)왕은 덕을 닦을 셈으로, 대사면(大赦免)을 펴려고 하였다. 그런데 앞서 장남에게서 황금을 받은 권력자가 이 사실을 알고 장남에게 알렸다. 대사가 내리면 동생은 방면될 것이므로 장남은 장생에게 준 1000금이 아까워서 다시 장생을 찾아갔다.
“동생은 묘의(廟議)의 결과 자연히 용서받게 되었습니다.” 장생은 장남의 이 말을 듣자 곧 돈을 돌려주고 나서 재차 왕에게 아뢰었다.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대사(大赦)의 원인은 주공이 왕의 좌우에 뇌물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공의 차남은 사형을 당하고, 이튿날 대사령이 선포되었다.
주공은 장남을 초나라에 보낼 때 이미 그렇게 될 줄을 알고 있었다. “장남은 나의 젊은 시절을 알고 있으므로, 재화를 버리는 것을 큰 일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 막내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유한 것을 보고 자랐으므로 재보를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막내를 초나라로 보내려고 했던 것은 그가 서슴지 않고 재보를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남에게는 그렇게 할 재주가 없다. 그래서 그만 차남을 죽이고 말았구나!”
탐욕스러운 사람을 내세워서는 4강외교를 펼 수 없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비우고 실력이 충실해야 한다. 실력의 조건은 지식이나 수완보다는 첫째, 진실함이요, 둘째는 공심(公心) 있음이며, 셋째는 덕 있음이다. 이런 사람은 경륜(經綸)이 우주에 통하고, 신의(信義)는 고금(古今)을 일관한다.
경륜이란 발원(發願)이요 계획이다. 발원과 계획이 커야 성공도 크게 거둘 수 있다. 6월 2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하여 주변 4강외교를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장관의 ‘원모심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