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총④] 총쏘기 관광 외화벌이 ‘쏠쏠’
발사되면 사람을 살상한다
[아시아엔=김중겸 인터폴 전 부총재, 전 경찰청 수사국장] 총은 결코 가벼운 물건이 아니다. 권총이야 한 손으로 들어도 될 정도로 가볍다. 그러나 일단 발사되면 사람을 살상한다. 무겁고 무서운 물건이다.
근무 중 주기적으로 사격평정을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이혼과 같은 가정문제로 고민하면 총 반납조치가 취해진다.
일단 총구에서 총알이 나간 후에는 정당했냐 아니냐를 검증한다. 총을 감식계에 반납하여 총기감식을 한다. 발사현장에는 감식계 요원이 현장상황을 정밀 감식한다,
잘못된 발사였다고 추호라도 의심이 생기거나 피해자 가족이 항의하면 일단 직무를 정지시킨다. 경찰관 신분증을 반납한다.
살인했다는 자책감
정당한 발사였느냐, 과잉발사였느냐, 살인이었느냐를 규명한다. 정당방위였다는 결론이 나도 지내기가 쉽지 않다. 내가 내 총으로 사람을 쏴 죽였다. 정당한 직무수행이었다. 그렇지만 꼭 쏴야 했는가. 죽여야 했는가. 살인에 대한 자책감으로 술에 빠진다. 잘못하면 마약에 손댄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고쳐지면 다행, 그렇지 못하면 경찰 떠난다.
총에 대한 생각의 차이
미국은 새로운 땅을 개척한 나라다. 적이 많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내가 나를 지켜야 했다. 그 자위수단이 총이었다.
누구나 총을 지닐 수 있다. 몇 자루씩 가져도 된다. 가질 수 있으니 쏴도 된다. 헌법 상 권리다. 울타리에 수상한 자가 얼쩡거리기만 해도 쏴댄다. 그게 내 생명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쐈다면 정당방위다. 죄가 되지 않는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상상 못할 일이다. 적법하게 총 휴대한 공무원도 사람 향해 쏘는 건 주저한다. 생명에 대한 외경이다.
아울러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일반인의 무기소지는 원칙적으로 금지다. 갖지 못하니까 쏘지도 못한다.
호기심과 충동
국가는 군웅할거의 난세를 벗어나 통일됐다. 상비군이 도입됐다. 그 전까지는 국민이 군인이었다. 집에 무기를 두었다가 전쟁 나면 들고 나갔다. 그 칼과 창과 방패와 화승총을 몰수했다. 이후 일반 국민은 무기를 갖지 못하게 했다. 내란과 범죄 방지책이다. 군인과 경찰만 무기를 갖게 했다.
주기적으로 불법무기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한다. 지난해나 올해나 신고 양은 큰 차이 없다. 어디서 그 무기가 나오는가. 밀수와 自家 제조다. 더 나오지 않아야 편안해진다. 무기가 불법으로 유통되면 범죄조직 손에 들어간다. 치안이 문란해진다.
총 쏴보기 여행이 외화벌이 관광이라 한다. 군대 안 가본 사람들의 총 쏴보고 싶은 욕구, 총 들었을 때의 그 묵직한 감촉, 느낌과 동시에 밀려오는 두려움, 떨림과 쾌감까지야 억누르지는 못한다.
그렇다 해도 총기 자체의 관리는 엄격해야 한다.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기 때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