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3세 이재용 부회장 특검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②

[아시아엔=심정택 경제평론가, <이건희傳> 저자>] 지금은 촛불 민심 때문에 권력을 위임받은 이들이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민심은 재벌 문제에 관한 한 목소리를 낼 계제는 아닌 것 같다. 얼핏 보면 삼성에 유리한 상황인 것 같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불리한 국면이기도 하다.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은 어마무시한 괴물 집단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텔리비전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저런 이가 어떻게 회장을 하느냐”, 심지어는 “바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바보 이미지를 통해) 삼성은 국가를 흔들 정도가 아니구나라는 이미지 어필에 성공했다. 이러한 바보 이미지는 손자병법의 36계중 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에 해당한다. 가치부전은, “잘 떠들면서 경거망동을 하는 것보다 바보인 척 하면서 행동을 삼간다”는 의미다. 과거 삼성이 국민을 의식해서 이렇게 자세를 낮춘 적은 없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난 뒤, 최고 경영자 유고시 경영체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어렵게 총수의 자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의 또 다른 의미에서의 유고에 대비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은 그룹 2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많은 얘기가 나온다. 그가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서 사법적 처리의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지성은 이재용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 재직시 임명된 인물이다. 그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될 이유가 없다는 논리가 펼쳐진다. 장충기, 박상진 사장 스스로가 윗선을 방어하면서 책임을 질 것인지 추론하는 것 또한 의미 있다. 이들 또한 이건희 시대에 성장한 인물들이다. 그런 면에서 특검팀의 의지에 따라 이재용이 인신구속을 포함한 사법처리 받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처리를 받을 경우 그룹을 누가 끌고 갈 건지도 관심사다. 최지성 부회장의 대리 경영은 가능성이 없다. 이재용은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언급했다. 자신을 청문회까지 오게 했고, 특검 수사까지 받게 된 상황과 관련해 미래전략실에 대한 단적인 불만이다. 이건희는 재임 기간 내내 그룹 2인자에게 위탁경영을 시켰다. 그러나 이재용 체제의 특징은 직접 경영이다.

이재용의 경영스타일로 보아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의 일등공신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떠오른다. 최 사장은 GE 출신이다. 2008년 삼성전자에 전격 발탁되었다. 그는 지난해 삼성물산의 주요 해외 펀드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합병 찬성 활동을 펼쳤다. 그는 합병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오고 있다. 구조조정은 그가 GE에서 배운 가장 장하는 업무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최 사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사인 부친을 따라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했다. 군 고위장성이기도 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군대 복무는 마쳤으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하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최치훈 사장의 부친은 교통부 장관까지 지낸 고 최경록이다. 최경록은 박정희 시대 사람이다. 최경록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도 긴밀하게 교류가 있던 인물로 최사장 집안은 삼성가와는 오랜 인연을 지니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무효 여부는, 합병 과정에서의 국민연금의 불법성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된 최순실 사태보다 더한 심각성을 던져 줄 수 있다. 삼성은 1987년 및 2015년 TK(대구 경북)정권 시대에 지배구조를 직계에 이전했다. 1987년은 TK 중심의 군부가 모태가 된 정치환경이었고, 2015년 국민연금의 주요 의사결정 구조는 대통령 직할의 TK출신 정치인, 관료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합병 무효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 환경과 기업 지배구조가 연관된 이 사안을 사정기관인 검찰이 제한된 시간 내에 잘 처리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대통령 비선 실세를 매수한 것이나 국민연금이 동원된 두 사건은, 삼성이 지배구조 승계와 관련해 무리수를 두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이나, 삼성이 관여된 사건은 원래 법대로 시시비비를 가릴 사안이 아니다. 탄핵은 정치적 사안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했으나 회피한 결과이고, 삼성 관여 건은 기업윤리에 관한 문제다. 정치권력을 넘어선 삼성 자본권력은 ‘법대로’를 외치고 있다. 그 근본원인이 된 무리한 지배구조 승계를 반성하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념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분노를 터트리면서도 재벌에는 대체로 관대했다. 특검이 범죄행위가 확인된 범위 내에서 법률적으로 책임질 사람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갈지, ‘국가경제 기여’와 같은 법외적인 논리가 등장할 지도 두고 볼 일이다. 촛불이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지, 특검이 시대적 상황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지 모든 관심은 두달여 간 광장과 서울 강남의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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