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49]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치우자”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는 길을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힌 후 키가 커서 침대를 벗어나면 발을 잘라 죽이고 키가 작아서 침대가 남으면 발을 잡아당겨 사람을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그의 침대에 눕게 된 사람들은 살아서 나올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프로크루스테스가 숨겨진 장치를 이용해서 침대의 길이를 자기 마음대로 조절했기 때문이다.
일명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일컬어지는 이 이야기는 자신이 세운 일방적인 기준이나 원칙에 다른 사람들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나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 그리고 타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등에 비유된다.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수천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우리의 마음 속 한 구석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놓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모든 가구가 그렇듯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역시 일단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나면 금세 익숙해지거나 편안해져서 쉽게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일상에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가오는데 먼저 떠올려지는 것은 바로 자신의 경험이다. 자신의 경험이라는 침대는 자신에게만 맞는 크기여서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으며 개인적인 부분이라 쉽사리 공감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와 같은 침대 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결해 보고자 한다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모양의 침대는 자신의 지식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한줌의 지식을 마치 절대적인 기준인 양 생각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기존 지식의 유효기간이나 대체 또는 새로 발생하는 지식 등을 고려해본다면 이런 기준이나 접근방식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자신의 관점 역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한 종류다. 동일한 사물일지라도 바라보는 위치나 주시하는 것에 따라 달리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 점을 간과한 채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거나 타인의 관점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되거나 문제해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밖에도 자신이 속한 문화, 세대, 가치관 등이 자신만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침대들로 인한 위험이나 위기 또는 문제발생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타인의 경험과 지식, 관점과 문화 등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프로크루스테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자신만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기준, 원칙으로 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사람들을 평가했던 프로크루스테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당신이 그와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당신 안에 있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하루라도 빨리 치우기를 바란다. 옆으로 슬쩍 밀어 놓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당신 마음의 방에서 빼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