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금강산 만폭동 ‘초롱꽃 굴’의 비밀을 아시나요?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도 마음이 착한 사람이 더 많다. 마음이 착한 사람은 근본적으로 해가 가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한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렵거나 남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세상만물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착한 성품을 가진 사람의 행위와 남의 눈을 의식해서 하는 사람의 행위의 결과가 같더라도 그 가치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그리고 져주는 것과 지는 것의 차이도 엄연하다. 사소한 일에 사활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은 가치 없는 일에 기를 쓰고 이기려 하고, 또 그런 행위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아주 평판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알게 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런 사람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사람에게는 너무 친절하다. 밥도 잘 사고, 술값도 먼저 내고, 이해관계에서도 양보를 잘 한다.

그러나 그는 약한 자에게는 아주 냉정하다. 자신과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매몰차기 이를 데 없다. 전혀 보시(布施)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을 비웃기까지 한다. 그러나 진짜 마음이 선량한 사람은 세상의 평판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알아주든 몰라주든 마음에 상(相)이 없이 베풀 뿐이다.

옛날 금강산 만폭동 보덕굴에 ‘초롱꽃 굴’의 전설이 있다. 만폭동에 열일곱살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이름을 보덕이라 불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늙은 아버지와 부지런히 땅을 일구며 살아갔다. 그러나 아무리 땅을 일구어도 가을이면 낱알을 지주에게 다 빼앗기고 남는 것은 빈 자루뿐이었다.

이처럼 끝없는 고생 속에 눈물겹게 살아가던 어느 해 가을 늙은 아버지가 끝내 앓아눕게 되었다. 보덕은 아버지에게 흰 쌀죽을 쑤어드리려고 했으나 항아리 속에는 몇 알 안 되는 보리가 있을 뿐이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아래 마을 아는 집에 가서 쌀을 좀 꾸어달라고 하였으나 그 집 역시 가난하여 쌀은 없고 콩을 두어 되박 주는 것이었다.

보덕은 그것이나마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주림과 피곤에 지쳐서 그만 바위에 의지한 채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백발노인이 와서 보덕을 깨우며 “애기야, 일어나라! 참 가엾구나… 콩을 가지고야 어떻게 앓는 아버지에게 죽을 쑤어 드리겠니?”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보덕은 노인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나서 “할아버지는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었다. “나도 이 산 속에서 산다. 그런데 얘야, 참 좋은 수가 있다. 이 콩을 가지고 초롱꽃이 핀 굴속에 가서 밥을 지으면 쌀밥이 되는 수도 있단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쌀밥이라는 말에 도덕이 “네!”하고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보덕은 얼른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그 꿈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옛날부터 그런 전설이 있으나 그 꽃은 마음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며 “네 행동이 역시 잘못한 일은 없는지 그것부터 따져보고 자신이 있으면 초롱꽃을 찾아보라”고 했다.

보덕은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오는 동안 별로 잘못한 것은 없으나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마당을 깨끗이 쓸라는 아버지 말씀을 그날 아침만은 잊은 것이 생각났다. 하여 속으로 몇 번이나 뉘우치면서 마당을 깨끗이 쓸고 뒷산으로 올라가 초롱꽃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초롱꽃은 바로 보덕이가 있는 집 뒤 굴 앞에 피어 있었다.

보덕은 얼른 콩을 갈아서 가마에 안치고 그 굴 앞에 가서 절을 세 번하고 밥을 지었다.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그것은 콩밥이 아니라 하얀 찹쌀밥으로 변했다. 그 밥을 먹은 아버지는 병이 나았을 뿐만 아니라 그 후부터는 굴속에서 밥을 지으면 나물죽도 쌀밥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보덕각시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곳을 ‘보덕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작은 마을에 빵집이 있었다. 착한 마음을 가진 빵집 주인은 마을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매일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아침에 만든 빵을 바구니에 담아 문을 열어두고 한 덩어리씩 가져가게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몰려와 큰 빵을 먼저 집어가려고 경쟁을 했다. 그런데 아이 중 한 아이는 언제나 끝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남은 가장 작은 빵을 가져가며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이는 마지막 빵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머니와 나눠 먹기 위해 빵을 쪼갰다.

그런데 놀랍게도 빵 안에 예쁜 금반지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아이와 엄마는 실수로 주인아저씨가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했다. 아이는 다시 빵집으로 향했다. “아저씨! 빵 속에 이 반지가 들어 있었어요” 라며 반지를 돌려드렸다.

빵집 주인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 반지는 이제 내 것이 아니고 네 것이란다. 제일 작은 빵 속에 넣어두고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제일 작은 빵은 네 몫이었으니 이 반지는 네 것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행복의 가치를 아는 사람, 진정한 비움의 행복을 아는 사람은 나누기를 원한다. 그래서 나로 인해 이웃에 즐거움을 더하고, 사회에 행복을 더하고, 아이들에게 따뜻함이 더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착한 마음을 가지면 하늘이 복을 가져다 준다. 그걸 천록(天祿)이라 한다. 그 천록이 바로 초롱꽃 굴의 비밀이다. 한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한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난다.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다.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돈이나 지식이나 권리가 많으면 도리어 죄악을 짓게 되는 근본이 된다. 마음이 바른 뒤에야 돈과 지식과 권리가 다 영원한 복으로 화하게 되는 것이다.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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