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내가 ‘주색잡기’ 끊은 비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의존(依存)과 자존(自尊)이라는 말이 있다. 의존은 다른 것에 기대어 생활하거나 존재함을 말하며 자존은 긍지를 가지고 스스로 존중하며 자기의 품위를 지키는 삶을 일컫는다. 내가 젊어서 한때 주색잡기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술이건 도박이건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이 어디에 의존하고 사는 삶은 심각한 장애다. 이 중독에서 벗어나 자존의 길을 가는 방법은 조금씩 줄여가거나 약에 의존해서는 결코 안 된다. 내 경험으로는 일도양단(一刀兩斷)하는 길밖에 없다. 한때 악동들과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도박에 빠져 살았으며, 담배를 하루 거의 3갑씩을 피워댔다.

그런 내가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한 지 얼마 안 되어 주색잡기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1주일 정도 참으니 온 몸이 뒤틀리고 밤에 앓는 소리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비로소 내 인생이 의존의 삶에서 자존의 삶으로 바뀐 것이다.

자존은 중심점을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장점을 보고 인정해줘야 한다. 단점을 인정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자존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진흙 속에 피는 꽃이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이다. 인생에 공짜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인생이든 형태는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린다. 그것이 내 인생의 자존이다.

자존에 관한 한 많이 아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대신 얕게 알려고 하지 말고, 깊이 보고 들으려고 하면 좋다. 깊이 본다는 것은 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를 유혹하는 감미로운 소리, 내 눈을 즐겁게 하는 대상, 내 입에 맞는 진수성찬 이런 것에 끌리지 않는 것이 자존감을 키워가는 방법이다.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門 食而不知其味) 즉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에도 끌리지 않는다. 끌린다는 것은 바란다는 뜻이다. 그 바람이 바로 재?색?명?리(財色名利) 탐?진?치(貪瞋痴)다. 만족을 모르고 돌고 도는 것이다. 이걸 윤회의 수레바퀴라고 한다.

의존하고 살면 매사에 소극적이 된다. 자신이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음에도 점수를 낮게 매겨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존감은 인생의 모든 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다면 끌어올려야 한다. 그 자존감을 높이는 3단계 방법이 있다.

첫째, 자신을 용서하기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실수를 저지르면 자신을 질타하거나 창피해하며 이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행동이다. 순간의 잘못이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는 잘해낼 수 있어!” 하는 자신감을 가지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 만약 실패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간의 노력과 목표를 달성했다는데 의의를 두는 것이다. 공부와 사업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는 것이다.

셋째, 자기 격려하기다. 자존감이 낮고 비관적인 사람은 “이번 일이 잘 된 건 일이 쉬웠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의 성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능력이 충분하고,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실수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를 격려하고 칭찬하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힘을 낼 수 있다.

한 가지 나쁜 버릇을 고치면 다른 버릇도 고쳐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작은 허물의 씨앗이라도 키워서는 안 된다. 그 작은 허물이 자라 인생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방의 성성(猩猩)이라는 짐승은 그 힘이 세고 날래어 사람이 힘으로는 잡지 못한다. 그런데 그 성성이가 술을 즐겨하므로 술을 큰 그릇에 가득 담아서 그의 내왕하는 길목에 둔다. 그러면 그가 지나면서 그것을 보고 처음에는 웃으며 “흥! 이것으로 나를 잡으려고 해?” 하며 그대로 간다. 그러다가 “조금만 마시면 문제없겠지” 하고 다시 돌아와서 조금 마시고 간다.

또 가다가 “조금 더 마셔도 괜찮겠다”하고 다시 돌아와서 더 마시고 하기를 여러 차례 한 뒤에는 그만 정신없이 그 술을 다 마셔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취하여 쓰러지면 그 때에 사람이 나와서 잡아간다. 처음에는 조금만 마시기로 한 술이 커져서 한 동이에 이르렀으며, 마침내 제 생명을 잃기도 하고 혹은 생포당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그와 같다. 처음에는 한두 가지의 작은 허물을 고치지 못하다가, 그 허물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큰 죄업을 저질러서 인생을 크게 그르치게 된다. 어찌 조심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바뀐다.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처음에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즉 운명을 바꾸려면 습관을 바꿔야 하고, 습관을 바꾸려면 행동을 바꿔야 하고, 행동을 바꾸려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습관을 업력(業力, Karma)이라고 한다.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고 팔자를 고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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