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청년은 실업중] 좁디 좁은 문도 두드리고 또 두드리니 뚫렸다
해가 바뀌면서 졸업시즌이 다가 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기 힘들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취업하기 힘든 현 세태를 풍자해 한국에선 취업준비생이란 씁쓸한 신조어가 나왔고,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아시아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가? 또 어떤 연유로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구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아시아엔>이 짚어본다. ?-편집자
중국·일본·인도 청년취업정책 살펴보니…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아시아의 좁디 좁은 ‘취업문’. 아시아 각국은 청년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을까? 인도, 일본, 중국의 청년취업 지원 정책들을 살펴보자.
인도: 57년 전통 ‘취업 익스체인지’
‘취업 익스체인지’(Employment Exchange) 프로그램은 1959년 청년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 노동부가 처음 도입한 제도다. 인도 노동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해 900여명의 청년들을 선발해 이력과 전공에 맞는 취업자리를 알선해 주고 있다.
‘취업 익스체인지’가 57년이란 긴 세월동안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구직자와 사업체 모두 ‘윈-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청년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사업체에선 인력부족난에서 탈피해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다. 특히 사업체 측에선 공개채용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 없이 맞춤형 인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과 일반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또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슬로건을 내 건 이후 ‘취업 익스체인지’의 성과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인도 경제지 는 “제조분야 중소기업 5천개를 분석한 결과,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09년 한 사업체당 평균 청년 88명이 채용됐으며, 2015년 평균 153명이 채용됐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한 채용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일본: 지친 구직자들 요람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
일본의 대표적인 청년실업 정책으로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Youth Support Station)을 들 수 있다.
‘잡 카페’(Job Cafe)와 ‘청년 일자리 센터’(Young Job Spot)를 모태로 한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은 잇따른 구직실패로 우울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아 주기 위해 2006년 처음 설립됐다. 이 곳은 딱딱한 사무실이 아닌 동네 카페같은 편안한 인테리어로 청년실업자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현재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일본 전역에 50개 센터가 설립돼 청년실업자들의 구직을 돕고 있다.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은 적성·심리상담부터 직무교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특이한 점은 전문 심리상담사가 상주해 있다는 것이다. 구직 의욕과 자심감이 결여된 청년들을 돕기 위해서다. ‘목소리 훈련 강습’은 구직자들의 자신감 고취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되찾게 해줘 구직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사업체에서 직접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강연도 제공한다.
중국: 스타트업 지원도 ‘대륙의 스케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세계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중국에서 ‘스타트업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749만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청년창업 육성은 전세계적인 추세라지만, 중국의 스케일은 뭔가 남다르다.
중국 중앙정부는 201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한 자금지원 정책을 실시했다. 사모주식 및 크라우드펀딩 관리법을 추진하는 한편, 대학생 예비창업자에게 세금혜택을 주고, 창업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스타트업 기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각 지방 정부도 지역 특색에 맞는 지원 정책을 함께 확대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그 중 IT기업들이 몰려있는 베이징 중관촌의 경우, 미국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해 초기 인큐베이팅, 온라인 커뮤니티, 창업공간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또 시 당국은 스타트업 투자유치를 위해 벤처캐피털(VC)와 공동으로 13억 위안(약 24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중이다. 상하이 또한 ICT 분야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상하이 당국은 기금 3억 위안(약 553억원)을 조성해 창업기업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국 광둥성 선전(심천)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표 도시다. 특히 전자제품 전문시장인 화창베이에서 젊은이들의 창업이 활발하다. 이에 선전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기금조성과 공간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