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청년은 실업중] 지역 정세 불안·고용 없는 성장, 아시아청년 어깨 짓누르다

해가 바뀌면서 졸업시즌이 다가 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기 힘들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취업하기 힘든 현 세태를 풍자해 한국에선 취업준비생이란 씁쓸한 신조어가 나왔고,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아시아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가? 또 어떤 연유로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구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아시아엔>이 짚어본다. ?-편집자

2016-02-01 15;20;34

그래프로 살펴본 권역·국가별 청년실업률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청년실업’이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요즘, 아시아서도 많은 국가들이 심각한 청년실업 위기를 맞고 있다. <매거진 N>은 세계은행 데이터와 국제노동기구(ILO) 2015 세계취업아웃룩(World Employment Social Outlook) 자료를 분석해 지역·국가별 최근 청년실업 현황을 정리했다.

중동

중동: 최악의 청년실업률…30% 육박
끊임없는 지역분쟁이 중동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2000년~2012년 중동지역 경제성장률은 5.3%에 달했으나, 2013년 들어서 2%대로 급감하며 전세계 권역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최근 중동 노동시장에 대해 “잇따른 정치 불안으로 회복이 불투명하다”고 평했다. 중동 청년실업률은 2009년 남아시아보다 약 2.5배 높은 24%에 달했다. 7년전부터 이미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치·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2014년 중동 청년실업률은 29.5%을 기록했다. ILO는 2019년 중동 청년실업률이 29.9%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에서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을 보인 국가는 리비아다. 리비아의 청년실업은 고질적인 문제로, 근 10년간 40%가 넘는 청년실업률을 보였다. 2014년에도 역대 최고치인 48.9%를 기록하며 ‘최악의 청년실업난 국가’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했다.

이집트의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2007년 26.1%의 청년실업율을 보였던 이집트는 잇따른 정권교체와 쿠데타로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어 2014년엔 42%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했다.

시리아 상황 또한 좋지 않다. 이슬람국가(IS)의 등장과 시리아 내전으로 최근 몇 년간 청년실업률이 급등했다. 2014년 청년실업률은 2007년(19%)보다 10%가량 높은 30.1%를 기록했다.

지역 헤게모니 싸움으로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중동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은 어떨까. 2007년 사우디와 이란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30.2%, 22%로 이란이 더 낮았으나, 지난 7년간 이란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올라갔다. 2014년 양국의 청년실업률은 29.5%(사우디), 29.4%(이란)를 기록했다.

반면 청년실업률이 가장 낮은 국가는 카타르다. 경기도 면적만한 국토에 인구는 13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풍부한 석유자원 덕분에 중동의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좋다. 카타르 청년실업률은 2007년(1.8%)부터 2014년(1.3%)까지 1%대를 유지하고 있다.

남아시아

남아시아: 경제성장≠고용창출
세계경제가 성장엔진 가동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다. 바야흐로 ‘뉴노멀’시대다. 하지만 ‘남아시아’라면 말은 달라진다. 미국발 금리인상 등 외부요인에도 불구하고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의 경제성장률은 수년간 6~7%대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경제성장률’과 ‘청년취업률’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아시아 청년실업률은 낮아질줄 몰랐다. 2009년 남아시아 청년실업률은 9.8%였으나, 2014년 10%로 소폭 증가했다. 청년실업 증가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LO는 “2019년 남아시아 청년실업율이 10.3%로 예측된다”며 “청년실업률이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남아시아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창출 없는 경제성장’(Jobless Growth)이다. 가파른 경제성장에도, 청년들은 정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제2의 중국’으로 국제사회의 각광을 받고 있는 인도를 먼저 살펴보자. 청년실업률은 2007년(8.9%)부터 점차 증가해 2014년 10.4%에 달했다.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때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이었다. 아프간의 청년실업률은 2008년(21.3%) 처음으로 20%대에 올라선 후, 남아시아 청년실업의 맹주(?)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반면 이 지역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곳은 네팔이다. 2007년(3.4%)부터 청년실업률이 소폭 증가해 2009년 4%를 기록했으나, 이후 5년간 2014년까지 4%를 유지했다.

동아시아

동아시아: 고학력 많은데 좋은 일자리 없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는 동아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모두 중국과 긴밀하게 경제협력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전세계 청년실업률에 비하면 여전히 낮지만, 동아시아 젊은이들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취업난에 직면했다. 2014년 동아시아 청년실업률은 10.5%를 기록했다. ILO는 이 지역의 2019년 청년실업률을 11.7%로 전망했다.

다른 아시아 권역보다 먼저 경제성장을 이룩한 동아시아. 이 지역의 대학졸업 인구는 아시아 타 권역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따라 청년구직자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킬 ‘좋은 일자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한다면, 동아시아의 청년실업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서 이런 현상이 심해, 2007년 8%대에 불과했던 청년실업률이 2014년 10.5%로 증가했다. ILO는 “2013년 중국 대도시의 청년실업률은 4%를 웃돌았다”며 “하지만 대졸자 실업률의 경우, 2배가 넘는 8%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교육정책과도 관련 깊다. 중국 정부는 고학력자를 늘리기 위해, 대학 수를 대폭 늘렸다. 2003년 중국 대학 수는 1552개였지만, 10년 후인 2013년 2491개로 급증했고, 실제로 대졸자 또한 폭증했다. 같은 기간(2003년~2013년)동안 대졸자는 3.4배 증가한 640만명에 이르렀다. ‘중국 대졸자 취업 연간 보고서’(the Chinese College Graduates’ Employment Annual REport 2014)는 “중국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현재 연봉에 만족하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56%에 달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는 중국 정부의 또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청년실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8.8%였던 청년실업률은 점차 늘어 2014년 10.4%를 기록했다.

한편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2007년 청년실업률은 7.8%였으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2010년(9.1%) 9%대에 들어섰다. 하지만 2014년 청년실업율(6.5%)은 다시 낮아졌다.

아세안

ASEAN: 중국 노동임금 상승, 반사이익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라이징 스타’로 각광받았던 아세안이 중국발 경제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세안 경제성장률은 2014년 들어 4%대로 급락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위기는 아세안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노동 임금이 오르면서, 수많은 글로벌 기업 공장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 청년실업률은 2012년부터 꺾여 하향선을 그리고 있다. ILO는 “2009년 아세안 청년실업률은 14%를 유지했으나, 2014년 13.6%로 낮아졌다. 2019년 예상 청년실업률은 13.5%이다”라고 밝혔다.

인구 2억5천만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경제대국이라 불린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인도네시아는 2013년을 기점으로 대외수출이 저조해지며 경제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청년 실업률도 이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 25.6%였던 청년실업률은 2007년을 기점으로 점차 낮아져 2012년 20.3%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한 2013년(21.8%)부터 다시 반등했다.

필리핀의 경우, 제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7년 필리핀 청년실업률은 17.5%였으나, 점차 줄어 2014년엔 16.4%로 나타났다. 한편 잇따른 쿠데타로 인한 정치혼란을 겪은 태국이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2014년 태국의 청년실업률은 3.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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