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청년은 실업중] “취업준비에 2년은 기본, 일자리 ‘미스매치’도 심각”
해가 바뀌면서 졸업시즌이 다가 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기 힘들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취업하기 힘든 현 세태를 풍자해 한국에선 취업준비생이란 씁쓸한 신조어가 나왔고,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아시아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가? 또 어떤 연유로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구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아시아엔>이 짚어본다. ?-편집자
청년실업, 필리핀·파키스탄·이집트·인도 청년에 물었다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한국의 청년실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1~2년간의 취직준비기간은 ‘필수’가 된 셈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이웃국들의 청년실업,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앞서 아시아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다면 이번엔 청년실업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보자. <아시아엔>은 에바 마리 왕(Eva Marie Ranay Wang·필리핀·서울대), 로헬 아이자즈(Rohel Aijaz·파키스탄·MBBS 의과대학), 마이 나샤트(Mai Nashat·이집트·아인샴스대학), 사만다(Samantha Stephen·인도·아랍에미리트대학 연구원) 등 동남아, 중동, 남아시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물었다.
아시아 청년실업, 얼마나 심각한가
에바 필리핀의 경우, 상당히 심각하다. 필리핀 노동고용부에 따르면, 2014년 약 145만 청년(만 18~24세)들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필리핀 청년 2명중 1명이 청년실업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청년들의 취직 준비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필리핀 마닐라, 세부 지역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 졸업자가 첫 직장을 갖기까지 1년이 걸리고,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되기 까진 2년이 걸린다. 고졸자는 더 심각하다. 첫 직장에 취직하기까지 3년이 걸리고, 정규직이 되기까지는 4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로헬 청년실업은 오늘날 파키스탄 젊은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최근 정치·사회적 문제로 파키스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보통 대졸자들은 최소 2년간의 취업 준비기간을 갖는다.
나샤트 이집트 또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평균적으로 2년간 취직을 준비하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이 시간을 가장 힘들어 한다.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경쟁도 매우 높다.
사만다 인도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지만, 성장과는 반대로 청년실업률은 높아졌다. 인도 청년 대다수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고학력자들은 계속 배출되는데, 좋은 일자리가 없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직을 위해 수년을 투자하는 이유다.
취업난을 가중시킨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에바 구직자의 업무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다. 필리핀은 한국과 달리 젊은이들이 업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 졸업 전 현장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업무경험이 부족한 필리핀 청년들은 첫 직장으로 임시직에서 경험을 쌓지만, 그 중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례는 매우 적다.
로헬 파키스탄에선 지난 몇 년간 사립대학 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학교육의 질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자격과 능력을 갖춘 교수진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교육이 바로 서야 학생들의 취업의 길도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나샤트 사실 청년실업 문제는 대학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기술을 갖춘 학생들은 거의 없다. 이런 부분이 대학 교과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만다 인도의 경우, 빈곤, 저개발 등 여러 정치·사회 문제 때문에 산업이 다변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IT업계가 인도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때문에 많은 청년 공학도들이 IT기업에 취직을 하고 있다. 그 외에 문과계열 전공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에바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와 캐나다국제개발에이전시(CIDA)의 지원으로 필리핀 청년취업 지원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고용시장과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적절히 교육시켜 취업률을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밖에도 마닐라, 퀘손 등 주요도시에서 관련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다. 이처럼 필리핀 정부가 나서서 청년구직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취업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사만다 현재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청년실업을 해결한다고 공약을 건 상태다. 이를 위해 모디 총리가 해외 순방을 다니며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진출하도록 하는 중이다. 아마 최근 이런 분위기가 인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