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청년은 실업중] 아시아 취업시장 ‘먹구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해가 바뀌면서 졸업시즌이 다가 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기 힘들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취업하기 힘든 현 세태를 풍자해 한국에선 취업준비생이란 씁쓸한 신조어가 나왔고,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아시아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가? 또 어떤 연유로 아시아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구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아시아엔>이 짚어본다. ?-편집자

전문가들이 진단한 아시아 청년실업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세계은행(WB)은 “전세계 15~29세 사이의 18억 청년인구 가운데 5억여명이 실업상태”라고 발표했다. 4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셈이다. 2015년 동남아 및 태평양 지역 청년실업률은 평균 13.6%, 중동지역은 29.4%를 기록했다. 무슨 연유로 아시아 청년들이 유례없는 취업난을 맞닥뜨린 것일까? 아시아 각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한국의 전문가를 만나보자.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20대 청년층 일자리 중 비정규직이 34.6%를 차지하며, 전체 일자리의 27.0%가 중위임금 3분의2 이하인 저임금 일자리”라고 밝혔다. 그는 점차 악화되고 있는 청년 취업난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 노동시장 이중구조(대기업-중소기업), 경력직 중심의 노동수요구조 변화, 정규교육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역량 학습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를 주 원인으로 지적했다. 민선영 청년참여연대 경제분과장은 “최근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처럼 청년에게 일정금액을 ‘선투자’하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당장의 취업준비에 집중하기 힘든 청년들에게 시간적, 금전적 여유를 만들어 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보다는 개수 늘리기에 급급한 임시방편용 정책만을 내놓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日 아베노믹스 효과, 대졸취업 상승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2014년 기준 10%를 넘어섰지만,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점이 한국, 일본과 다르다. 베이징대학 시장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링허우(90년대생) 대졸자의 15.6%가 창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중국국가통계국은 “경제지표별 현황을 통해 면세 혜택과 인큐베이터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창업 지원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취업난을 피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청년들도 적지 않다.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2015년 대학원 시험 응시생은 전년도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잡지 <중국교육재선>의 천즈원 편집장은 “최근 몇 년간 대졸자는 사상 최다를 기록했지만, 취업시장은 여전히 불황인 탓에 대학원 진학률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보자. 히로시 이시다 도쿄대 교수는 “20년간 이어진 일본의 장기 불황 탓에 결혼·출산·주택 등을 자연스럽게 포기한 ‘사토리 세대’가 양성됐다”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고 고용불안정은 더욱 악화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5년새 대졸취업률이 꾸준히 상승해 2016년 대졸취업률은 80%를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내수경기가 활성화되고 기업들 역시 실적이 오르면서 고용증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기업’, 즉 인건비 삭감을 위해 사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에 시달리는 일본청년들이 여전히 많다.

동남아 가운데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를 살펴보자.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인도네시아의 청년실업률은 21.6%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청년층의 학력수준이 낮은 것이 문제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30세 이하 1억6천만 인구 가운데, 5천만명 이상이 초졸, 2천4백만명이 중졸이 최종학력이다. 최근의 경제성장 둔화로 기업들이 채용인원을 줄이고 있는 것도 악재다. 아리프 부디만타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 자문은 “소기업 대출 이자를 절반으로 감면하고, 대다수 제품의 특별 소비세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켜 고용창출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정부는 청년 교육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반면 베트남에선 고학력자 취업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조사 결과 2015년 4분기 기준 최종학력이 대졸 이상인 실업자 수는 22만5천여명으로 전분기보다 13.3% 증가했다. 즈엉득란 노동보훈사회부 직업훈련과장은 “고학력의 공급 과잉이 베트남청년 취업난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따라 현지 정부는 올해부터 각 대학 입학정원을 1만5천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청년 취업난 원인은 공급과잉이 아닌 대학에서 직무역량교육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하노이의 한 의료장비 수입업체 관계자도 “엔지니어에 지원하는 이들 대부분이 무역업에 필요한 외국어 능력이나 실무경험이 부족해 재교육에 많은 투자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고학력자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 제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르지 지락즈키 국제노동기구(이하 ILO) 베트남 사무소 대표는 “제조업 중심의 기존 산업체계에서 벗어나, 고학력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종에서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청년들도 고학력자 실업난이 문제다. 2015년 말레이시아 전체실업률은 약4%인데 비해 청년실업률은 약10%를 기록했다. 같은 해 5월 압둘 와히드 오마 말레이시아 경제기획부 장관은 “20~24세 사이의 대학 졸업생 40만명 가운데 16만1천명이 실업상태”라며 “전체 실업자 가운데 약40%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라고 발표했다. 태국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오랜 기간 구직에 실패한 대학 졸업생은 36만명으로, 전체 졸업자 중 40% 수준이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고학력 청년들이 일자리 미스매치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상은 경제성장 과도기에 있는 신흥국들이 안고 있는 만성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걸프국, 저유가 속 취업난 심화
최근 무서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인도를 살펴보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16년 인도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0.2%p증가한 6.5%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청년실업률은 2012년 이래 10%를 유지하고 있다. 크레이그 제프리 호주국립인도연구소 소장은 인도청년실업의 원인으로 빠른 시장변화로 인한 미스매치 심화와 인맥 중심의 취직행태를 꼽았다. 그는 “청년직무교육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속도를 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자야데브 갈라 하원의원은 “대졸 청년층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 향상과 더불어 시대에 맞는 직무교육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중동은 전세계에서 가장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역 중 하나다. 최근 연이은 저유가 사태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걸프국에선 취업난이 더욱 심화됐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동 취업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대부분은 평균이상의 학력을 요구하지만, 청년들의 학력 수준이 낮은 편”이라며 “이들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의 긴밀한 상호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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