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 48] 철학자 니체는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사마천의 경제관 “부의 추구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사마천의 한국견문록> 저자] 사람들은 돈의 의미를 사전적인 정의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다. 돈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되어있다. 영국의 경험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돈은 최고의 하인이면서 최악의 주인이다”라고 했다. 인간이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점에 대해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자신의 저서인 <돈의 철학>에서 “만약 인간의 운명을 소망과 그 대상 사이의 관계라는 도식에 입각해서 파악하려고 한다면, 무엇이 목적 계열의 최종 지점이냐에 따라서 돈은 우리 욕구의 가장 부적절한 대상이면서 또한 가장 적절한 대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즉,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탈무드>에는 “몸의 병은 마음에서 오고, 마음의 병은 돈으로 부터 온다”는 말이 나온다. 온갖 근심의 근원이 바로 돈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반면,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돈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건전하고 성공적인 개인과 국가의 도덕은 이 사실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고 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나는 젊었을 때 돈을 최고로 여기는 것을 그렇게 경멸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고백도 같은 맥락이다. 돈에 대한 이 두 가지 태도는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의 현상이다.

돈에 대한 정의는 돈 자체의 기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돈의 의미를 사물의 가치, 상품교환의 매개, 재산축적의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손바닥 하나로 박수를 치려는 것과 매한가지다. 돈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이 점에 대해 게오르그 짐멜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 의존성, 즉 상관성의 표현이자 수단인 바, 이 상관성은 한 사람의 욕구 충족을 언제나 다른 사람과 서로 주고받는 행위에 의존하도록 만든다. 그러므로 상관성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곳에서는 돈이 존재할 여지가 조금도 없다.……반대급부 없이도 모든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상관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돈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돈의 철학>

돈은 상관성의 표현이자 수단이라는 것이 짐멜의 정의다. 인간과 인간의 상호의존성은 욕구와 욕구가 서로 교환되는 행동이며, 그것은 돈에 의해 매개된다는 짐멜의 주장은 인간의 삶에서 돈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근원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무인도에 홀로 표류한 로빈슨 크로우에게는 돈이 필요 없다. 욕구를 주고받을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란 사람들 사이의 욕구를 운반하는 사회적 관계의 끈이다. 그러하기에 돈의 사회적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로빈슨 크로우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일이다. 돈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과 돈에 대한 집착을 갖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니체는 “정당한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만, 지나친 소유는 소유 자체가 주인이 되어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고 했다. 돈은 자유를 실현하는 수단이나 매개로 인식해야지 돈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빈천하면서도 오직 인의와 도덕만을 운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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