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①] 14일 전국노동자총궐기 비정규직 5만 참가
[아시아엔=이상기·김아람 기자] <아시아엔>은 지난 10월20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한상균(53) 위원장을 만났다. 한상균 위원장은 6월23일 법원으로부터 총파업대회, 노동절 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민주노총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겠다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3일 <아시아엔> 통화에서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 뒷얘기와 내년 일제하 강제징집 관련 국제심포지엄 개최 합의 소식 등을 전했다.
내년 서울서 남북노동자축구대회···남북한, 중국 대만 필리핀 참여 ‘일제하 강제징용 국제심포지엄’도
-남북노동자축구대회는 잘 끝났다고 들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10만 관중이 운집해 경기를 관람했다고 한다. 7년만에 열린 대회다. 경기장 곳곳에 ‘만나야 통일이다’ ‘민족의 소원 통일의 물꼬를 트자’ 이런 플래카드와 포스터들이 나부꼈다고 하더라.”
-다른 합의사항은 없었나?
“내년에 일제하 강제징병 노동자들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이 문제는 남북한 외에도 중국, 대만 그리고 필리핀 등 일본제국주의를 겪은 나라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정부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보며, 이를 통해 남북한간 교류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에도 도움이 될 걸로 생각하고 있다.”
“위기까지는 아니라도 상황은 안 좋은 건 사실. 하지만 조합원 단결력 매우 높아”
-현재 민주노총은 어떤 상태라고 보는가? 위기라면 그 원인은 무엇으로 보나?
“크게 2가지다. 내부 시스템 문제와 현 정부의 정치구도와 관련된 것이다. 우선 내부를 보면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진보적이어야 할 조직임에도 형식과 규칙에 얽매여 순발력 있는 대응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지도부가 대거 연행되면서 이후로 현장에 나서길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정부는 재벌 영향력이 큰데다 보수-진보 틀에 갇혀 국민들과 소통하기보다 재벌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민주노총의 존립근거를 확실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바로 ‘대중적인 투쟁’이다. 즉 노동자 대중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했던 많은 시도들이 실패했다. 이제는 혁신을 꾀할 때라고 본다. 여기에 민주노총의 미래가 달려있다. 조합원들의 힘을 믿는다. 힘을 합쳐 내부 시스템 문제 등을 찬찬히 해결해 나가면 된다. 사람들의 기대가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시민단체도 함께 하고 있어 큰 힘이 된다.”
14일 전국노동자총궐기에 비정규직만 5만명 참가···80년대 이후 최대규모 예상
-오는 14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다고 들었다.
“광화문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엔 민주노총 조합원 10만명, 정규직 5만명, 농민 3만명, 빈민 2만명에 학생까지 더해 각계 분야에서 20만명 가까이 참석할 것으로 본다. 1980년대 이후 이렇게 구체적인 목적으로 다수 대중이 모이는 건 처음일 거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노동자권리되찾기’ 대선언을 할 예정이다.”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제일 중요한 것은 각자 다른 대중들의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일반국민과 정부에 대해 전달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시민단체와 연대해 이런 일을 펼쳐갈 예정이다. 과거 같으면 단순히 함께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었지만 현재는 너나 할 거 없이 현재상황을 ‘국가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4개 대학 학생대표들도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언론노조와의 관계는 어떤가?
“언론노조도 확실하고 정확히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투표까지 진행하는 등 전체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 분위기다. 까딱 잘못하면 노동자 존재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수년 전부터 정부에 요구했던 게 있다. 이걸 이번에 다 풀겠다는 것 같은데, 그럼 공멸이다.”
(재벌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게 무어냐고 묻자 그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임기가 언제까지인가?
“임기는 3년인데 이제 1년차다. 쉽지는 않지만, 나한테 주어진 운명인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일어날 준비가 되어있다. 지도부 결단의 문제다. 현장 탓은 하지 않는다. 다만 간부 출신들이 트라우마가 있다. 철도 파업때 박살났기 때문인 것다. 이런 트라우마로 인해 막말로 잘못 나섰다가 패가망신하는 거 아니냐, 간부들 사이에 이런 게 있다. 한번 집단적인 지성으로 넘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