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②] 창립20년 ‘1995년 체제’ 틀 벗고 노동운동 새 단계 도약 준비
민노총,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 효율적 일처리 어려워
[아시아엔=이상기 김아람 기자] 한상균 위원장은 쌍용차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작년말 민주노총 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는 현장에서?본부에?올라와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고 했다. ?
-요금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다.
“그렇다. 우선 민주노총이 처음 창립한?1995년 체제가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본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민주노총의 존립근거마저 없어질 판이 됐다. 노동자 스스로 나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11월14일 총궐기에는 비정규직만 5만명 모인다. 아주 획기적인 날이다. 우리 스스로 한도 풀어내고, 투쟁을 해서 권리를 찾겠다는 대선언을 할 거다. 운동의 대전환점으로 나가게 될 거다. 국정교과서 문제까지 터져 더욱 규모는 늘어날 걸로 본다.”
-외국노동단체 등과는 어떤 연대가 있나?
“브라질 노총하고 직접적으로 하고 있고, 독일노총도 교류하고 있다. 국제부가 그런 사업들을 활발히 하고 있다.”
-영국의 노동당의 코빈 당수나 미국 민주당 샌더슨 후보 등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그런데 이런 분들이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것보다 보수적이다. 국가적으로 보면 훨씬 양극화문제라든지 OECD지표 같은 게 왜 우리사회에는 안 풀리는지 답답하다. 임계점에 다 와있다고 하면서 폭발을 못하고,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중이다. 언론이나 식자층에서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 같다. 샌더슨이나 이런 분들이 대단한 명연설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게 아니라고 본다. 그냥 순수하게, ‘살기 어려워져서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정도 얘기하는 데도 열광하는 거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정도 얘기를 ‘재벌 책임 묻자는 거냐’ 이런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은 공공성 확대하고, 노동자권익 보장하고, 우리 얘기와 다르지 않다.
근데 한국사회는 여전히 보수-진보 프레임을 정권유지와 획득에 이용하고 있다. 총궐기에 매진하다 챙기지 못한 부분도 없잖아 있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대중조직의 마지막 저항세력은 민주노총인데, 민주노총이 쓰러지면 좋아할 사람들은 누군가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해서든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민주노총의 미래는 어때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론과 함께 대중과 함께 가야한다. 그걸 잊는 순간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대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무라고 본다. 내부적으로도 여러 모순을 밝혀내 개선하고 있다. 중요한 변곡점에 와있다.”
창립 20년 새로운 길 모색중···시민사회와 연대, 정부 및 재벌 감시·견제 지속할 터
-변곡점이라면 어떤 걸 뜻하는 건가?
“민주노총이 20년 됐습니다, 새로운 20년 이후의 전망을 어떻게 제시하고 갈 거냐,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의 위치는 어떻다고 보는가?
“아는 바대로 세계적인 기업이고, 잘 키워야 할 기업인 것도 맞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백혈병 산재만 해도 회사와 유족하고 합의점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삼성이 자기 나름대로 방향을 정해 분리시키고 해서 농성도 했다. 외부기구를 만들어 이를 통해 기금과 재발방지책 등 여러 가지를 제시했는데 삼성이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고 있어 아쉽다. 삼성전자서비스라든지 일부 노조는 있지만,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깨겠다는 의지가 계속되고 있다. 어려운 싸움이다 처절하게 10년 넘게 싸우고 있다.”
-지금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어디 의지할 데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대졸자나 미취업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게 민주노총의 과제라고 보는데.
“그렇다. 일자리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다. 민주노총과 우리 조합원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나는 조합원들을 믿는다. 나는 원래 현장에만 있다가 올라왔는데, 내가 상상했던 민주노총이 아니더라. 이걸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더라. 가장 진보적이어야 할 조직이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서 순발력 있는 대응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어렵다. 그렇다고 탓 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어떻게 바꿔내야 할까, 중요한 지점에 와있다. 만만치 않다. 단순히 정파문제가 아니다. 노선투쟁의 문제가 아니라 더욱 어렵다. 하지만 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될 거라 본다.”
정부와 재벌과의 적절한 관계정립과 합리적 대응이 늘 ‘과제’
-민주노총의 제일 큰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부와 싸우고 있는데 재벌들이 리모컨으로 정부 뒤에서 ‘좌로 가라, 우로 가라’ 조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중의 편에 서서 설립 취지의 대원칙을 지켜 서민과 노동자의 맏형 역할을 해야 한다. 숫적으로도 이탈이 많고 시스템의 한계도 많다.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조합원들과 함께 반드시 헤쳐나갈 것이다.”
-창립 20년이면 이제 성년인데 때마침 민주노총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감이랄까 소명감이랄까 한 말씀해 달라.
“솔직히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이 많이 된다. 국가적 위기 앞에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은연 중 다들 너무 기대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마운 일이지만 이 과제들을 헤쳐나가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것들은 어마어마하다. 양면적이라고 본다. 다행히 시민사회와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단순한 연대로 했지만, 지금 상황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자기문제’로 받아들여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청년 학생들도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무엇보다 균형 잡힌 지도력이 필요한 때라고 저 스스로 느끼고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