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⑧] 드레이크 “여인들아, 유다양한테 당한 만큼 채찍질하라”

제2부 유다양 6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 바로알기> 저자] 드레이크가 둘러보니 한 여인의 눈빛이 유독 빛이 나고 있었다. 아니 이글거리고 있었다고 해야 옳다. 드레이크 선장이 그 여인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인 일로 해적선에 합류하게 되었는가?”

여인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산세바스찬 항에 살고 있는 이웃들입니다. 두 달 전에 이자들이 마을을 습격하여 가족들을 몰살시키고 집을 불태우더니 우리들만 납치하여 저 배에 태웠습니다.”

드레이크 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자들은 나에게 항복하였고, 나는 간청을 받아들여 내일 새벽에 카르타헤나항을 공격할 때 선봉에 세울 작정이다. 그 전에 그대들에게 보복할 기회를 줄 터이니 저자들 중에서 단 한명을 골라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넋이 나간 듯 했던 나머지 네 여인들의 눈빛도 하나같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다섯명의 여인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겁먹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수에그라호 선원들 사이로 들어갔다. 잠시 후 여인들은 해적 한명을 에워쌌다. 유다양이었다.

드레이크 선장의 명령으로 유다양은 수에그라호의 중앙 돛대에 알몸으로 묶였다. 여인들은 분이 풀릴 때까지 유다양에게 채찍질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유다양은 그날 저녁부터 이튿날 동이 틀 무렵 드레이크의 명령으로 수에그라호가 선봉에 서서 카르타헤나항을 공격하기 전까지 여인들의 분노 가득찬 채찍질에 비명을 지르다 기절하다를 밤새 반복했다.

프랑스 해적 선장은 항구로 공격해 들어가기 전에 유다양과 다섯 명의 여인들을 종선從船에 태워 바다로 띄워 보냈다. 전투에 임하여 그들의 존재가 재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카르타헤나항은 움푹 들어간 만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널찍한 만안에 배를 집어넣으면 허리케인을 피할 수 있고 만의 입구가 좁아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가 용이한 천혜의 항구이자 요새였다. 카르타헤나항의 치안과 방위를 책임지고 있던 스페인 군인들은 드레이크 해적들의 공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함락되지 않았다.

수에그라호는 스페인 병사들과 콜롬비아 원주민들로 구성된 방어 군단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수에그라호가 새벽 먼동이 터올 무렵 항구 안에 들어서자마자 요새에서 날아온 집중 포탄을 맞고 좌초했고, 프랑스 해적들은 항구에 상륙해보지도 못한 채 정오가 되기도 전에 전원 몰살당했다.

그러나 드레이크의 해적들은 스페인 수비병들이 수에그라호를 집중 공격하는 틈을 타서 카르타헤나항의 북쪽과 남쪽으로 분산하여 상륙하는 데 성공했다. 만 입구에 포진한 25척의 해적선단에서 카르타헤나항을 향해 비 오듯 포탄을 날리는 동안 드레이크 일당이 도시 안으로 진입하는 데에는 세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도시의 일부와 해안을 연결하여 구축된 스페인 요새를 함락시키는 데에도 그 후 세 시간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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