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떠오른 태국 ‘성전환 관광’···관광객 200만·시장규모 4조5천억원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시내만 가도 얼굴에 붕대를 두르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을 만큼 한국 ‘성형관광’의 인기가 뜨겁다. 최근 동남아 태국에서도 의료관광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인들이 성전환수술을 받기 위해 태국을 찾는 것이다.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성전환수술을 위해 태국을 찾는데, 이로 벌어들인 수익만 작년 한해 40억달러(한화 4조5천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의 ‘성형 관광’이 대세라면 태국의 ‘성전환수술 관광’도 이에 못지 않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성전환 위해 태국 찾는 외국인 급증,?왜?
태국으로 많은 이들이 성전환수술을 위해 몰려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동남아 국가들은 성전환 의료기술이 발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태국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수술비가 미국의 3분의1수준으로 저렴한 편인데다 전문 의료진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스라엘에서 온 남성 에이미(18)는 작년 9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에서도 수술이 가능하긴 하지만 경험 많은 의사들이 없는 데다 수술을 위해서는 몇 년을 기다려야 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에이미는 “태국은 성전환 분야에선 전문이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등장한 ‘성전환수술 관광’은 이제 태국 의료관광의 주력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75년 태국에서 처음으로 성전환수술을 시도했던 프리차 의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저렴한 수술비, 만족할 만한 성과, 좋은 의료시설 이 세가지를 갖춘다면 많은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지난 30년간 그가 수술한 환자만 3천5백명이 넘으며 실제로 그 중 90%이상은 호주, 중국, 중동 등에서 온 외국인이었다.
보통 태국의 성전환수술 관광상품은 최저 9천8백달러(한화 1천1백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는 수술비, 숙박, 마사지, 시티투어 등의 비용이 함께 포함돼있다. 태국에는 100명이상의 성전환수술 전문의가 있으며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은 20곳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택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핀탄 정신과 전문의 겸 호주 모나쉬대학 성정체성클리닉 원장은 “최근 많은 사람들이 성전환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트랜스젠더 차별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안이 등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태국 문화는 트랜스젠더에 관대하다. 지난 10월5일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태국 출신의 타차라 롱프라서드는 방송에서 “태국에는 트랜스젠더가 많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없느냐는 질문에 “법적 권리는 아직 없지만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일은 없다”며 “여자 교복을 입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태국의 성전환 수술 산업을 키우는데 크게 일조한 셈이다.
빌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연구원은 “최근 케이틀린 제너 선수나 채즈 보노 배우처럼 각계에서 영향력 있는 트랜스젠더들이 등장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틀린 제너는 미국 육상 선수 금메달리스트로 현재는 사업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10종경기 금메달리스트로 스타덤에 올랐다. 채즈 보노는 미국 출신의 성전환 남성으로 지난 2011년 영화 ‘비커밍재즈’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