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④] 10살 유다양, 20대 레날도-레이와의 협상성공 4가지 조건

제2부 유다양 2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바로알기> 저자] 벽으로 쓰이는 나무판재의 가느다란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별빛 아래에서 세 사람은 밀고 당기는 협상을 소곤거렸다. 잠시 후 그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합의를 보았다.

첫째, 유다양은 앞으로 두 번 다시 푸줏간에 몰래 들어오지 않는다.

둘째, 레날도는 여태까지 유다양에게 주었던 양의 두 배의 고기를 매일 떼어 준다. (그래봤자 어린 유다양이 손에 쥐면 보이지 않을 정도 밖에 안 된다.)

셋째, 레이는 매일 짬을 내어 유다양에게 라틴어와 수학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넷째, 유다양은 두 사람의 관계를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이로써 꼬마 유다양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는 방법은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것이라고 일찌감치 터득했다. 그는 이후 이전까지의 그가 아니게 되었다.

유다양의 아버지는 소유한 배가 없었기 때문에 배를 가지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빌붙어 함께 고기를 잡으러 나갔고, 그가 잡은 고기의 1/3을 선주에게 배삯으로 주어야 했다. 고기를 잡지 못한 경우에는 그 다음날 잡은 고기의 절반을 선주에게 주어야 했다. 유다양의 어머니도 바느질 솜씨가 썩 좋지 못하여 피복점과 거래하며 일하던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일감과 수입이 적었다.

게다가 부모 모두 허약한 체질이어서 자주 앓아누워 지냈고 근근이 생활하며 모아둔 약간의 돈마저도 약값으로 써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유다양의 가족은 항상 먹을 것과 생활용품이 부족했고 이웃들의 호의에 의지하느라 눈치를 살피며 기를 펴지 못하는 가난한 생활을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유다양은 푸줏간에서 충분히 얻어먹었고 레날도가 떼어 준 한입 밖에 안 되는 고기도 집에 가는 도중에 구워먹었다. 그래서 유다양은 이웃 또래들보다 체격이 좋았다.

포르투갈에서는 왕 주앙 2세가 죽자 그의 조카 세바스티앙이 왕위를 계승했다. 세바스티앙은 유다양이 9살이던 1580년 북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던 모로코의 내분에 개입하여 17,0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아프리카로 침공해 들어갔다.

그때 20대 후반의 나이였던 유다양의 아버지가 징집되어 전투에 참전했다. 그러나 폭염의 8월에 모로코 군 4만명 이상과 알카사르키비르에서 접전하여 수천명의 포르투갈 병사들과 함께 전사했다. 그 날 포르투갈의 왕 세바스티앙도 전사했다. 그로 인해 포르투갈 왕궁에서는 후계자 문제가 불거져 혼란을 거듭하다 결국 스페인의 침공을 받았다. 스페인이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펠리페 2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통합한 나라의 황제에 등극했다.

유다양 집에서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유다양의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내팽개치고 평소 불륜 관계에 있던 남편의 친구와 작은 어선을 훔쳐 타고 야반도주를 시도했다. 그러나 매우 운이 나빴던 두 사람은 포르투항 입구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돌풍을 만나 배가 전복됨으로써 함께 익사하고 말았다.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유다양을 산티아고씨를 포함한 이웃집 어부들이 어선에 태우고 다니면서 부려먹었다. 그의 부모가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핑계로 배에서 온갖 궂은일을 시켰지만 임금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쉬는 날도 없이 매일 바다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푸줏간에 갈 기회가 사라졌고 멋진 가슴을 가진 메이에게 라틴어와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유다양의 마음에는 불만과 악의만 쌓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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