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글로벌기업 ‘제2의중국’ 베트남 러쉬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동남아의 경제 잠룡’ ‘제2의 중국’···.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투자국으로 각광받는 ‘베트남’을 이르는 말이다. ‘세계의 공장’이라 칭송받았던 중국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노동자의 임금은 높아졌고 경제성장세는 둔화됐다. 반면 베트남은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투자가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에 가입하면서 성장 잠재력도 더욱 커졌다.
최근 베트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바로 ‘대만’이다.
대만 민진당의 대선후보 차이잉원 주석은 15일‘新남향정책’을 제안했다. 중국보단 동남아 국가들과 전면적인 동반자 관계를 건설하자는 내용이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들은 내리막을 걷고 있는 중국 경제상황으로 인해 부침을 겪고 있다. 대만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대만은 올해 들어 베트남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베트남 계획투자부(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대만이 베트남에 쏟아 부은 투자규모는 7억5760만 달러(약 8천550억원)로,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 말레이시아, 영국에 이어 4위다.
대만이 베트남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산업분야 중 하나는 ‘철강업’이다. 현지 언론 <포커스 타이완>은 “대만의 대표 철강기업 대소집단(台塑集團)과 중국강철고빈유한회사(中國鋼鐵股?有限公司)이 베트남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며 “베트남에 현지공장을 세운 대소집단은 2천800만 톤 가량의 철강을 한 해 생산목표로 삼고 있다. 대만 대표 철강기업의 투자로 베트남이 동남아의 ‘철강허브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대만이 베트남에 ‘러브콜’을 보내는 주요 원인으로 ‘악화된 중국의 투자환경’이 꼽힌다. 과거 수많은 대만 글로벌 기업들은 값싼 노동 임금을 고려해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갈수록 노동임금이 상승하며 대만 기업들이 현지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만 대표 전자기업 인보(仁寶, Compal Electronics Inc.)는 중국 대신 베트남 북부에 5억 달러(5600억원)를 투자해 현지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일 타결된 TPP 영향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을 TPP 참여국 중 ‘최대 수혜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페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TPP 체결 이후 베트남의 GDP 총액은 2025년까지 10% 이상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에 청신호가 켜진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이 중국에 매몰되는 것보단 나을 것이란 판단한 대만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대만 기업들이 풀어야할 숙제도 남아있다. 바로 남중국해 갈등으로 인한 ‘반중국 정서’다. 중국과 대만이 ‘한뿌리 국가’란 인식이 대만의 기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반중국 정서가 가장 강한 남부 반즈엉성에선 수년간 대만 기업에 대한 시위와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하고 있는 한 한국인은 “한국기업보단 적지만 대만기업도 꽤 있는 편이다. 그러나 반중감정 때문에 대만 기업에 대한 현지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