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시리아 난민’ 급증···지중해 길목 그리스서 국적 위장, 유럽으로 향한다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는 시리아 난민들을 유럽이 수용함에 따라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 각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선의를 악용,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유럽으로 넘어가려는 ‘가짜 시리아 난민’이 늘고 있다.
시리아에서 유럽대륙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섬나라 그리스. 이 곳에 도착한 난민들 중 대다수는 ‘나는 시리아 출신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10명 중 3명은 거짓을 말한다.
“시리아에서 왔어요? 그럼 이 사진들 중에서 시리아 화폐가 무엇인지 골라보세요.”
그리스 난민등록센터에서 난민이 실제로 시리아에서 넘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로는 몰려드는 난민들이 시리아 출신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이민자와 난민들은 지난달 말 일 평균 4천5백명 선에서 현재 7천여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등록센터엔 아랍어 구사자가 한명뿐이며, 다른 직원들도 난민들의 출신 지역을 전혀 구별할 수 없는 그리스 현지 경찰이나 공무원들이다.
시리아인을 가장해 유럽으로 넘어간 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터키, 모로코, 이라크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대부분이다. 유럽이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들은 ‘시리아 국적’ 행세를 하며 보다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그리스 난민등록센터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르포를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포린 폴리시> 보도에 따르면, 자신을 ‘시리아 난민’이라고 주장한 한 남자가 그리스 난민등록센터을 찾았다. 하지만 이 남자는 이라크 억양의 아랍어를 구사했다. 이후 그는 ‘이라크 사람은 맞지만 시리아에서 수년동안 살았다’고 말을 바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센터는 이 이라크 남성에게 ‘시리아 국적’ 확인 증명서를 발급했다.
EU 회원국들은 “그리스의 난민관리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가짜 시리아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들의 최종 목적지는 그리스가 아닌 독일, 스웨덴과 같은 유럽의 선진국들이다. 때문에 이 국가들은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이 자국에 오래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리스가 시리아 난민 검증에 만전을 기하지 않는 이유”라고 불만을 표했다. 유럽국 중 가장 앞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의 경우 “시리아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난민 신청자 중 30%가 시리아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가짜 난민들로 인해 ‘진짜 시리아 난민들’이 피해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 국경의 난민등록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원 수산 프랏자크는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데 있어 관문 역할을 하는 그리스가 책임감을 더욱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