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참사 30개월, ‘H&M’ 안전협약 이행 저조···개도국 노동자의 비애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지난 2013년 4월2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근교에 위치한 ‘라나 플라자’가 붕괴해 1천명 이상 사망하고 2천5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 건물은 글로벌 의류브랜드의 하청 제조공장으로, 전세계 3천3백여개가 넘는 매장(2014년 기준)을 보유한 H&M의 의류 역시 이곳에서 제작된다.

사고 발생 1일전, 벽에 심한 균열이 생기고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등 붕괴조짐이 보이자 라나 플라자 근로자들은 외부로 대피하고 건물주에게 출입통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이를 무시한 채 업무복귀를 강행했고 결국 이튿날 건물이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조사 결과 붕괴원인은 부실시공이었다. 건물주가 법규를 무시하고 기준 이하의 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이다. 예견된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라나 플라자 붕괴 참사 이후 저임금 해외노동자의 인권과 근로환경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방글라데시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은 현지 공장 환경개선을 위한 안전기준협약에 서명했다. 현재까지 H&M을 포함해 아디다스, 아베크롬비앤피치 등 150여곳이 넘는 브랜드가 협약에 참여했다.

해당 협약은 방글라데시 내 안전기준 미달 공장에서의 의류제조를 금지하며, 공장을 수리·개조해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 30개월이 흐른 지금, 이 협약은 과연 지켜지고 있을까?

의류산업 노동자 권리보호단체 ‘깨끗한 옷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이 10월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H&M의 방글라데시 주요 하청업체 중 절반이상(53%)이 공장 개보수 일정을 지연시켰다. 또한 현재까지 방글라데시에서 H&M 의류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공장 32곳 가운데 보수를 완료한 곳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여곳은 방화벽조차 없다.

이에 지난 6일 H&M은 “내부 조사 결과 방글라데시 근로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건물 방화벽 및 스프링쿨러 설치 지연에 대해서는 “시설 개보수에 필요한 물품들이 방글라데시 현지조달이 어려워 일정보다 늦춰졌다”고 해명했다. H&M 측은 “개보수가 필요한 공사건 중 60%가 이미 공사 착수에 들어갔으며 방글라데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개선 상황은 미비하다. 작년 10월, 방글라데시에 하청공장을 두고 있는 유럽 의류브랜드 200여곳이 구성한 ‘방글라데시 건물화재 안전협회’는 방글라데시 1천106개 공장을 조사한 결과 전기 배선, 비상구 부족 등 8만여 위험요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방글라데시 공장 근로자들은 임금 체불 및 노조 협박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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