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는 결혼에 눈물짓는 ‘어린신부’···10대소녀 94% ‘조혼’ 방글라데시, 왜?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방글라데시의 한 소녀가 결혼식에서 입을 옷을 살펴보고 있다. 32세 남편과 식을 올리는 아크테르는 겨우 열다섯에 불과하다. 방글라데시의 법적 혼인연령은 남자 21세, 여자 18세로 방글라데시는 전세계에서 소녀의 조혼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지난 8월 국제인권기구(HRW)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소녀 65%가 18살 이전에 결혼한다. 29%는 15살 이전에 결혼하며, 심지어 10살에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18세 이하의 결혼은 불법임에도 이렇게 공공연히 이뤄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높은 빈곤률과 범죄율, 낮은 수준의 여성인권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로 많은 방글라데시 부모들은 딸을 일찍 결혼시킬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특히 시골가정의 경우 가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양육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에 부모는 안정적인 딸의 미래를 위해 일찍 시집 보내는 길을 택한다. 혹여 딸이 성폭행을 당할까 우려해 일찍 결혼시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불법인 걸 알면서도 방글라데시 부모들 사이에 ‘딸이 어리더라도 결혼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
그러나 심신이 채 성숙되지 않은 소녀들의 조혼풍습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들은 조기임신, 성적 학대의 위험에 노출 돼있으며 대부분 학업을 중도 포기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 특히 조기임신의 경우 사망의 위험도 동반된다. 15~20세에 아이를 낳다 사망할 확률은 20대 이상의 경우보다 2배 높으며, 15살 이하인 경우에는 5배로 사망위험이 증가한다.
국제인권감시기구에서 여성 인권부 책임자를 맡고 있는 리슬 게른트홀츠는 “방글라데시 소녀들은 결혼 전 눈물을 흘린다”면서 “많은 소녀들이 ‘이른 결혼’이 자신들 삶에 미칠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소녀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자주 임신하는 것, 그리고 학대와 폭력을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총리 ‘조혼 근절’ 발표 불구, 되려 혼인연령 16세로 낮춰
이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지난 7월 런던에서 열린 ‘소녀인권을 위한 정상회의’(Girl Summit)에서 조혼풍습을 근절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15세 이하 조혼을 2021년까지, 18세 이하 조혼은 2041년까지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총리가 속한 아와이연맹(AL)당에서 “조혼 가능한 법적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16세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새 법안을 발표해 한동안 파란이 일었다. 현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반대여론에 부딪혔다. 결국 정부는 법안을 철회했지만, 18세 이하라도 결혼이 가능한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위와 같은 내용의 법안을 법무부에 제출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이미 ‘16~18세 소녀들이 부모 혹은 법원의 동의를 얻으면 결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정부 관계자에게 열람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6세를 혼인 가능 연령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다.
현재 방글라데시 조혼 대부분은 부모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의 지역정부, 사회단체, 부모 및 자녀들이 조혼풍습 근절을 위해 기울여온 끊임없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