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홍의 인물탐구 넥센타이어 강병중①] ‘메이드 인 코리아’ 고집으로 세계시장서 급부상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은 1939년 7월 경상남도 진주 출생으로 마산고, 동아대 법학과 졸업. 1974년 흥아타이어공업 사장, 1977년 흥아타이어 대표이사, 1994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현재 넥센과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회장, KNN 부산방송 회장이다. 자신의 호를 딴 월석(月石)장학회 이사장이며 2011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을 받았다.?채널인(Channel In) 대표인 장규홍 전 SBS CNBC 보도본부 부장이 2012년 강병중 회장을 인터뷰한 것을 <아시아엔> 독자들께 소개한다.?이에 따라 2~3년의?공백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편집자?

[아시아엔=장규홍 채널인(Channel In) 대표, 전 SBS CNBC 보도본부 부장]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제조업 분야로 완성차와 함께 타이어 생산 부문이 꼽힌다. 이 두 분야는 미국과 유럽을 번갈아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하게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생산업체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 타이어업계의 ‘떠오르는 신예’로 불린다. 2012년 2분기 넥센타이어는 매출 4,333억 원, 영업이익 518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이며, 영업이익은 두 배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88.4% 늘어 291억 원을 기록했다. 마진율이 높은 프리미엄 초고성능(UHP) 타이어의 해외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에 이 같은 실적이 가능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가운데 거둔 넥센타이어의 놀라운 성적이었다.

2012년 봄, 넥센타이어엔 몇 가지 획기적인 뉴스가 이어졌다. 먼저 그룹 차원에서 명운을 건 경남 창녕의 신기술 고부가가치 타이어 생산시설이 1차 완공돼 본격적으로 글로벌 고가 타이어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또 최근 가파른 매출 신장과 이익 성장에 따라 2012년 상반기 넥센타이어의 주가는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동시에 만년 하위 팀으로 외면 받던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연승을 거두면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선두에 나서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2012년 시즌이 끝난 뒤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서 MVP에 박병호, 신인왕에 서건창 등 넥센 소속 선수들이 개인상을 휩쓸었다. 연말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1루수 박병호, 2루수 서건창, 유격수 강정호 등 3명이 선정돼 넥센은 최다배출 팀이 됐다. 한 팀에서 MVP와 신인왕을 모두 차지한 것은 역대 5번째이며, 지난 2007년 두산 구단에 이어 5년 만의 일로 넥센 그룹 차원의 연이은 희소식이었다.

기업 인수합병, 즉 ‘M&A의 귀재’라고 평가 받는 넥센타이어의 강병중 회장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을 비롯해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판단기준, 그리고 국내 주요 산업으로서 타이어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기자 : “넥센타이어의 최근 빠른 성장세가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속 성장의 요인부터 말씀해 주시죠.”

강병중 : “지난 10여 년 사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습니다.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일본 차, 유럽 차와 당당히 경쟁을 벌이는 수준에 올랐으니까요.?거기에 맞춰 타이어산업도 아주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 브랜드 인지도, 가격경쟁력 등을 높여왔지요. 무엇보다 부단한 기술개발로 선발주자인 미국, 일본, 유럽 업체들을 추격해온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타이어 생산업체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먼저 세계 타이어 업계에서 대한민국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살펴본다. 세계 타이어시장은 미쉐린을 앞세운 프랑스, 콘티넨탈의 독일, 피렐리의 이탈리아, 브리지스톤과 스미토모, 요코하마 등의 일본, 그리고 굿이어의 미국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타이어 생산업체들도 부단한 품질향상과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로 타이어 강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타이어가 세계시장 점유율 8위, 금호타이어가 12위에 올랐고 후발주자인 넥센타이어가 24위에 랭크됐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넥센타이어는 업계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99년 1,806억 원이었던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2011년엔 1조 4,300억 원으로 8배의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다. 해마다 20%에 가까운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2년 매출액 추정치는 1조 7,000억 원이며, 이 추세대로라면 2013년 2조 원, 2015년엔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고부가가치 타이어 부문에서 넥센의 성장세가 눈부시다는 점이다.

강병중 회장은 2012년 3월 경남 창녕의 고부가가치 타이어 생산시설 1단계 준공을 계기로 대한민국도 단순한 타이어 대량 생산국가 차원을 뛰어 넘어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모두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오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완공될 예정인 창녕 생산기지는 전 공정이 자동화된 세계 최첨단 타이어 생산시설이다. 강 회장은 완공 시점인 2018년엔 넥센타이어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것이라며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인 강병중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저임금 국가로 옮기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국내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기자 :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과 인건비를 찾아 한동안 해외이전 붐을 이뤘습니다. 넥센타이어는 아직도 주력 생산품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강병중 : “중국에도 생산 공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만드는 제품은 대부분 중국 내 내수시장을 겨냥한 타이어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 수출 제품들은 한국 내 생산시설에서 만들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수출됩니다.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법이 일시적으로 저렴한 땅값과 인건비의 덕을 볼 수는 있지만 긴 안목의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선 단연 국내 생산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품질과 가격경쟁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브랜드의 가치는 단순한 수치만 갖고 환산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국내 제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은 물론이고요.”

실제로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브랜드 고유국가의 생산품은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그만큼 수요가 많다. 이를테면 프랑스 미쉐린의 경우 ‘Made In France’ 제품은 다른 지역 생산제품에 비해 높게 평가 받고, 일본의 브리지스톤도 ‘Made In Japan’ 제품의 수요가 다른 나라 생산품에 비해 월등히 많다. 넥센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Made In Korea’란 로열티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과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오래 역임한 강 회장에겐 그만의 독특한 경영기법이 있다. 인화를 바탕으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노사문화가 우량한 기업을 만들어낸다는 게 40여 년 타이어 제조업을 해온 강 회장의 철학이다.

기자 : “넥센타이어는 21년째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제조업 분야에선 드문 사례인데 어떤 비결이 있습니까? 또 특이한 것이 해마다 주총 시즌에 가장 먼저 주주총회를 열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강병중 : “노사관계는 상호신뢰가 제일 우선입니다. 서로 믿어야 됩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매달 경영실적을 전 사원에게 공개하고, 주요한 투자계획 등 어떤 현안이 있으면 노조와 먼저 상의합니다. 예를 들어 공장 증설 같은 문제가 있을 때, 공장 하나를 더 짓더라도 노조와 먼저 협의를 하고 방향을 설정합니다. 이렇게 하니까 노조가 회사를 믿고, 경영진도 노조에 신뢰 받기 위해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해마다 주주총회 시즌에 상장사 가운데 가장 먼저 주총을 열고 있습니다. 회사와 노조의 신뢰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주주와 회사의 믿음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13년째 주총을 가장 먼저 열어서 주주들에게 실적을 알려주고, 그들이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서로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경영 소신에서 매월 경영실적을 직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있으며, 기업의 투명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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