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홍의 인물탐구 넥센타이어 강병중④] 삼성자동차 부산 유치 과정 후일담

10년 가까이 부산상의회장을 지낸 강병중에겐 환희와 아픔의 순간이 수없이 교차했다.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삼성자동차의 부산 유치와 외환위기 직후 삼성의 자동차사업 포기 선언, 그리고 지금은 한국거래소 KRX로 이름이 바뀐 증권선물거래소의 부산 유치 등이 그것이다.

기자 : “부산에 삼성자동차를 유치하던 과정이 험난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어렵게 유치했는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삼성이 자동차산업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실망도 컸을 텐데요, 삼성자동차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강병중 : “제가 부산상의 회장을 맡고 있을 때 부산의 지역경제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부산이 한때는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었는데 합판, 섬유, 신발 등 주력산업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수출도 크게 줄고 제조업 공동화현상이 생겼습니다. 부산지역에선 중소상공인들부터 영세사업자들까지 ‘먹고 살기 어렵다, 경제부터 살려라’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삼성자동차가 다른 지역으로 갈 상황이었는데 당시 문정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홍인길, 정재문, 최형우, 서석재, 김무성 등 여러분들이 힘을 써서 어렵게 유치에 성공했지요. 삼성자동차가 새로 생기는 것에 대해서 당시 기존의 현대자동차나 대우자동차 등의 반대가 심했고, 주무부처인 상공자원부 김철수 장관도 삼성이 자동차에 진출하는 데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삼성차 유치가 아주 어려워졌던 상황에서 94년 5월쯤인가 홍인길 청와대 총무수석이 부산지역 경제인들을 독려하는 등의 과정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삼성차 유치에 반전의 기회가 생겼지요. 그런데 부산에서 자동차산업이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IMF 외환위기를 맞고 삼성이 손을 떼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강병중 회장에겐 또 하나의 아쉬움이 남아 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부산, 양산, 창녕 등 부산경남지역 여러 곳에 사업체를 둔 강 회장은 지난해 경남 창원을 홈구장으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의 주인 자리를 빼앗겼다. 뒤늦게 뛰어든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막강한 현금동원력을 바탕으로 경남지역 프로야구단을 따냈기 때문이다. 서울 목동이 홈구장인 넥센 히어로즈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야구열기가 뜨거운 고향 경남의 프로야구 구단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아쉽기만 하다.

강 회장은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반드시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프로야구단 구단주가 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였다. 그때까지 넥센 히어로즈를 명문구단으로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목동구장 흥행 열풍의 주인공인 넥센 히어로즈는 2012년 시즌 ‘7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텅 빈 관중석에서 야구를 하던 넥센 히어로즈에 비하면 연일 만원관중이 들어찼던 2012년의 넥센 목동구장은 강 회장에게 또 다른 희망과 가능성을 던져줬다.

골프서 터득한 ‘천,고,마,비’ 늘 가슴에 늘 새겨

골프 구력 40년에 아직 보기플레이어에 머물고 있는 강병중 회장은 인생도 경영도 골프에서 배운 ‘천,고,마,비’를 늘 가슴에 새기며 산다고 했다.

기자 : “언젠가 강 회장의 좌우명을 보니까 골프에 비유한 인생철학을 말씀하셨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와 닿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시죠.”

강병중 : “제가 골프를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골프를 하면서 ‘천,고,마,비’라는 개념을 일상생활, 인생에도 적용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즉, 천천히, 고개 들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골프를 치면 잘 맞더군요.

인생을 살면서도 너무 서두르지 않고, 조금 잘 나간다고 으스대지 말고 항상 낮은 자세로 묵묵히 나아가는 겁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한 발 후퇴했다가 두 발 전진하는 겁니다. 이런 자세로 살아보니까 모든 일이 잘 풀리고 기업도 잘 되더군요.”

나라 잃은 슬픔과 전쟁의 고통, 그리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고속성장의 시대를 모두 체험한 그는 젊은이들,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훨씬 더 어려웠던 시절, 정말 앞날이 내다보이지 않았던 시기에도 묵묵히 꿈을 갖고 버텨냈더니 어느 날 희망의 빛이 어디에선가 비추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포기와 좌절이 너무 빠른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세운수업에서 출발해 상장기업만 4개를 진두지휘하는 강병중. 오는 2018년 타이어 6,000만 개를 생산하는 ‘글로벌 타이어 톱10’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강병중의 타이어 신화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강병중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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