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홍의 인물탐구 넥센타이어 강병중②] “세계 최대 단일 생산시설 목표”
[아시아엔=장규홍 채널인(Channel In) 대표, 전 SBS CNBC 보도본부 부장]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이 야심을 갖고 추진한 경남 창녕의 타이어 생산 공장은 2012년 3월 가동을 시작한 이후 2013년 300만개, 2018년엔 2,100만개 등 최대 3,500만 개의 타이어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여기엔 모두 1조 2,000억 원이 투입된다. 통상 연간 30만 대의 완성차를 만드는 생산시설을 짓는데 1조 원 정도가 드는 것과 비교하면 넥센은 이보다도 훨씬 더 ‘통 큰’ 투자를 하는 셈이다.
강병중 : “2018년에 생산시설이 완공되면 하루 10만개, 연간 2,100만 개, 최대로 잡으면 3,500만 개까지도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모두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는 큰 계획인데 신규 고용도 2,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넥센은 경남 양산과 중국 칭다오의 생산물량을 합쳐 연간 6,000만 개 이상의 타이어를 만드는 세계 10위권의 타이어 제조사가 될 겁니다.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창녕에서 만들어지는 타이어 대부분이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성능 고가제품이거나 특수 타이어란 점입니다. 시장 점유율 차원을 넘어 기술력으로 넥센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게 세계적인 평가입니다.”
타이어 생산은 보통 교체용 타이어(RE)로 시작해 신차용 타이어(OE)를 거쳐 초고성능 타이어(UHP)로 진화해 간다. 당초 교체용 타이어에 강세를 보이던 넥센은 창녕 공장 준공을 계기로 초고성능 타이어인 UHP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넥센은 전 세계 UHP 시장에서 점유율 5%로 이미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생산기술 측면에선 이미 ‘세계 톱10’에 들어선 셈이다. OE 부문에서도 일본 미쓰비시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 ‘랜서 에볼루션’과 이탈리아 피아트의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넥센의 경남 창녕 생산시설은 지난 2004년 삼성의 아산 탕정산업단지 조성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국내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란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값싼 인건비를 찾아 국내의 생산시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줄줄이 이전하면서 국내엔 대규모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1995년 현대자동차의 전주 공장, 1997년 한국타이어의 금산 공장 이후 자동차와 타이어 부문에선 10년 넘게 규모가 큰 생산시설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강 회장은 과거엔 용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복잡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최근엔 산업단지특례법에 따라 굳이 수출용 제품을 외국에서 생산할 필요가 없게 됐다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에게 일터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국내에 생산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M&A를 통해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으로
강병중 회장은 M&A, 즉 기업 인수합병에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기업인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기하강기에도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인수해 빠른 시간 안에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재주를 가졌다고 해서 ‘M&A의 귀재’란 별명도 갖고 있다. 대한상의에서 강 회장과 함께 활동한 한 기업인은 “넥센의 강병중 회장은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꿰뚫어 보는 남다른 통찰력과 지혜를 갖고 있다. 경영상의 중대 고비에서 그가 내린 결정들이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 뒤에 보면 거의 대부분 들어맞는 것을 보면서 놀라곤 했다. 현재는 어렵더라도 발전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안목에 있어서 강병중을 따라갈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강 회장의 안목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우성타이어, 부산방송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우량기업으로 재탄생된 대표적인 사례다.
기자 : “부채가 많던 우성타이어를 인수했던 1999년은 IMF 외환위기 직후였고, 모두들 보수적인 경영을 하던 때였는데 과감하게 인수합병에 나섰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어떻게 그런 배팅을 할 수 있었습니까?”
강병중 : “그 당시는 우성그룹이 부도나고 우성타이어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입니다. 국내에선 우성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하나도 없었고, 인수 의사가 있던 외국기업과 경쟁해서 M&A를 성공시켰지요. 우성타이어는 한때 미쉐린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었는데, 그때 미쉐린의 우수한 기술이 많이 전수된 상태였습니다. 우성타이어가 회사는 어려워졌지만 기술도 잘 보존돼 있었고, 우수한 사원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수 당시 주변에선 모두 말렸습니다. ‘경기전망도 매우 불투명하고 지금 누구도 손을 대지 않으려 하는데 왜 당신은 부실기업을 인수하려고 겁도 없이 뛰어 드느냐?’ 이런 말을 많이 들었지요.
주위에서 모두 반대했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이 발전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우성타이어를 인수했습니다.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의 타이어산업이 그 이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었지요.”
IMF 외환위기 직전 제일투자신탁을 국내 대기업에 매각한 것도 강병중의 경영사에서 널리 회자되는 대목이다.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1997년 9월 강 회장은 자신과 흥아타이어가 갖고 있던 제일투신 지분 12%, 143만 9,000주를 매각했다. 부산과 경남지역 상공인들이 출자해 만들었던 제일투신을 보유한 채 외환위기를 맞았다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제일투신을 매각하며 확보한 유동성은 우성타이어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으로 효자 역할을 했다. 강 회장은 훗날 오랜 사업경험에서 우러나온 동물적인 감각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기자 : “기업인이나 경영자들은 규모가 큰 M&A를 놓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많은 M&A를 성공시켰는데, 기업인수합병에 임하는 자세는 무엇이며 어떤 판단기준과 안목으로 결정을 내립니까?”
강병중 : “제가 사실은 좀 소심한 편입니다. 항상 메모지를 갖고 다니면서 메모를 합니다. 잠잘 때도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해서 행동에 옮기지요. 다른 회사 인수합병 같은 큰 사안이 있으면 심사숙고 끝에 한 번 부딪쳐 봅니다. 한 번 부딪쳐서 될 것 같으면 더 세게 부딪쳐 보고…. 가능성이 보이면 더욱 세게 밀어붙입니다.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신중해야 하지만 한 번 결단이 서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던 게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한 회사 차원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동향과 미래 전망은 항상 판단의 제일 밑바탕이 돼야 하고요. 그런 것이 제 경영철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