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의 시선’, 인도네시아 대학살 향한 ‘조용한 일침’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아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집에 돌아왔다. 한 낯선 남자가 오더니 ‘병원에 데리고 가주겠다’고 했다. 눈물을 훔치며 아들과 함께 병원에 가겠다고 했지만 이 낯선남자는 ‘절대 같이 가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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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들을 죽인 사람들과 같은 동네에 사는 기분이 어떠세요?”

다큐멘터리 영화 <침묵의 시선>의 주인공 아디가 자신의 모친에게 묻는 첫 질문이다.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뒤 무고한 주민 수백만명이 세상을 떠났다. ‘공산주의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군부는 민간인들에게 협동조합 농부, 지식인, 중국인들을 모두를 잔인하게 죽이라고 명령했다. 주인공 아디는 잔인하게 살인을 저질렀던 가해자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대화를 나눈다.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 모두 미쳐있었다. 매일 나무 뒤에서 신께 기도했다”는 한 가해자의 말에 아디는 침묵으로 답한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학살’을 다룬 두번째 영화 <침묵의 시선>이 오는 3일 개봉한다. 첫 작품 <액트오브킬링>이 가해자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면, 두 번째 작품 <침묵의 시선>은 피해자의 시각을 담아 만든 영화다. 조슈아 감독은 영화 시사회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영화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아디의 가족들이 협박을 받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가해자들을 먼저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모두 자신들이 했던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다”며 “그렇게 만든 영화가 <액트오브킬링>이다”라고 말했다.

<침묵의 시선>은 가해자들과 피해자 아디 사이의 긴장이 흐르는 침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인도네시아 대학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회를 향한 ‘우아한 일침’이다.?영화 속 많은 가해자와 피해자들은 ‘지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태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입을 다물라 협박하고, 피해자들은 이를 두려워해 언급하길 꺼린다.

이에 대해 조슈아 감독은 “우리는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다. 과거와 직면하고 받아들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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