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카라치, 폭염으로 1300명 사망···여야는 공허한 공방만 되풀이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부장] 지난 6월, 파키스탄 신드 주의 주도 카라치에서 2주간 전례 없는 폭염과 습한 날씨로 1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때 맞춰 불어온 바람 덕분에 46도까지 치솟았던 온도는 33도까지 떨어졌으나, 대규모 인명 피해 책임을 놓고 파키스탄 여야간 공방은 여전히 치열하다. 주목할만한 점은 여야 모두 피해가 극심해진 원인으로 카라치전력회사가 유발한 대규모 정전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반면 페르베즈 무샤라프 군사 독재 시절 민영화된 카라치전력회사는 정전의 원인을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전기를 끌어 쓰는 ‘전기 도둑’ 탓이라 돌리고 있다. 6월 폭염 당시, 폭염과 높은 습도에 시달리던 시민들 대부분이 질식으로 사망했으며, 병원조차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전력난으로 사태가 악화됐다.
이번 폭염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의 다른 지역까지 합치면 사상자는 2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과 언론은 병원에서의 대규모 정전사태로 사태가 악화된 카라치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카라치의 병원 영안실은 시체로 넘쳐났고, 일부 종교단체들은 거리에 ‘임시 시체 보관소’를 설치할 정도였다. 아직 정확한 피해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가정이나 개인병원 등에서도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드주에서만 약 7만명이 폭염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폭염 사태는 카라치가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악정(惡政)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재난대비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신드 주 정부는 카라치에 80개의 구호센터를 세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졸속 대처에 불과하다. 종국에는 군대가 개입해 각 병원에 캠프를 설치하고 물과 얼음, 의약품을 공급하며 구호 활동을 지휘하는 등 주도권이 군으로 넘어갔다.
이 도시는 사실상 정부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인들은 그저 보여주기 식으로 병원을 방문해 환자나 시신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으며, 애도는 표하지만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현재 폭염은 진정세로 들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유사한 사태가 생길 것을 대비해 적극적인 예방책을 펼치는 대신, 오히려 안심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파키스탄 지도자들은 국정에 별다른 의지가 없는 듯 하다. 번역 김아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