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차규 공군총장, 22년전 순직하신 조근해 대장 기억나십니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장군이 비행기 사고로 순직하는 것은 드무나, 충격이 크다. 김백일 장군이 1951년 작전회의 후 태백산맥을 넘다, 김홍한 2군사령관이 1984년 비행기로 이동 중 순직하였다.
1993년 공군 참모총장 조근해 대장이 비행기 사고로 순직하였다.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를 점검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조근해 총장은 그 자리에 좌정하여 숨져 있었다고 한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그는 종용히 천주님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다. 일본 해군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대장이 솔로몬 군도에서 추락하였을 때도 그랬다.
조근해 장군은 대범하였다. 공군은 조종사가 최고의 전력이다. 북한 공군기는 상당히 많다. 그러나 그 전력은 미지수이다. 조종사들이 훈련할 수 있는 유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희생을 무릅쓰고 개전 초기에 집중 공격해올 수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와 다를 것이 없다.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 때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들은 공격을 퍼붓고 돌아와서 바로 급유하고 무장 후 다시 출격하였다. 이렇게 하려면 조종사와 정비사, 무장사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한 대의 전투기가 세 번씩 출격할 수 있다면, 300대의 공군이 900대 규모의 공군전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이스라엘 군 불패의 신화는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수송기 조종사를 따로 양성하지 않는다. 전투기 조종사가 연륜이 되면 수송기를 조종한다. 민간 비행장과 군용 비행장이 따로 있지 않고 공동 사용한다.
한반도 작전환경에서는 급유기가 필수적이다. 독도나 이어도에 불순한 사태가 발발하여 일본이나 중국 공군기와 대치하게 될 때 급유기가 없으면 30분 정도 체공하다가 돌아와야 되지만 급유를 받게 되면 훨씬 장기간 대결할 수 있다. 해군과 마찬가지로 공군도 실체 자체가 전력이다. 대치하다가 그냥 돌아오게 되면 세계는 외교적으로 우리 편을 들지 않는다. 힘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 권리 주장은 무의미하다. 이제 곧 우리 공군에도 프랑스의 A-300 급유기가 도입된다고 하니 든든하다.
한국 공군은 세계 최고의 공군인 미 공군과 일체가 되어 있다. 해병대가 항상 한미연합해병대로 움직이듯이 한미 공군은 훈련, 작전 모든 것이 일체화되어 있다. 한국의 7공군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의 5공군, 필리핀의 13공군이 즉각 투입될 수 있고, 하루나 이틀이면 미국 본토의 막대한 전력이 증원된다.
공군 장성은 연합사 근무를 마치고 국방부, 합참을 거쳐 작전사령관이 되고 참모총장이 되는 것이 관례이다. 국방부에서 근무할 때는 공군의 대표라는 측면보다는 국방부장관, 합참의장의 참모라는 기능이 중시되어야 한다. 정보본부장 조근해 중장은 굳이 공군 사항이 아니더라도 제출된 의제에 대해 균형된 의사를 제출하여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해군이 방산비리 때문에 흔들리고 있지만, 공군도 조용하지 않다. 총장부터 조종사 하나하나가 일체가 되어야 한다. 고인이 되어서 더욱 빈 자리가 커 보이기도 하겠지만 조근해 장군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전제 공군 장병 상하의 존경과 신뢰를 받은 참모총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