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차규 공군총장, 큰 결단으로 군대문화 제대로 바꾸길”

이번 일을 통해 몇가지 돌이켜 볼 것들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이미 일반사회이든 군대든 리더십의 양태와 내용은 상당히 바뀌었으며, 앞으로도 더욱 바뀔 것이란 사실입니다. 과거 “나를 따르라” 방식보다 “내가 먼저”가 시대정신에 더 부합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실천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둘째, 계급이 올라갈수록 권한과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진정한 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 줬습니다. 전쟁이란 가장 불합리한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선 더욱 그렇다는 점도 말입니다.

셋째, 군내부의 문제는 그냥 덮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백일하에 드러난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무마하거나 변명하기보다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며 개선의지를 보일 때 당사자의 명예회복은 물론 군대문화가 변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줬습니다.

넷째, 공관병이나 당번병 같은 제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현재 운용되는 방식이나 규모가 과연 적정한지, 그리고 이것이 사병들 사이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최 총장님께서 겪고 있는 비난과 고통이 그동안 쌓인 군내부 적폐들을 풀어나가는데 보탬이 된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겠지요. 살신성인은 바로 그럴 때 적합한 고사성어가 아닌가 합니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최차규 공군참모총장님!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받게 돼 조금 당황스러우시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총장님을 둘러싼 각종 사실과 의혹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한겨레신문 재직 때인 1993년 1월25일부터 1994년 6월30일까지 국방부 출입기자로 당시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숙정과 율곡비리 수사 등 격동기 현장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당시 취재를 바탕으로 1997년 9월부터 1년간 일요신문에 ‘신한국군 1800일 비화’ 연재와 1998년엔 김성걸 기자와 <신한국군 리포트>란 책을 펴냈습니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한겨레신문 기자로서 누구보다 군에 대해 애정과 기대를 갖고 있음을 감히 총장님께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와 관련해 총장님께서 비난받는 것에 대해 억울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사실 듭니다. 그동안 관례이기도 하고, 또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삼을 일은 아니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언론보도가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 또한 정확한 판단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이번에 지적된 사안들은 대부분 그동안 관행과 관례에 따라 이뤄진 것들이어서 총장님은 총장님대로 억울하게 느끼고, 이를 안타까이 여기는 참모들은 그들대로 이를 막아보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더군요. 아드님이 홍대 클럽에 가는데 운전병을 시켜 태워보낸 것 같은 일은 흔히 여러 장군들이 그래왔고 아마 지금도 일부 남아있겠지요.

초중급 장교 시절 숱하게 이사와 전학을 다니면서 힘들어 했을 아드님께 그 정도의 보상은 어쩌면 인지상정인지도 모릅니다.

집무실 리모델링도 그동안 상당수 지휘관들이 그랬던 일이었지요. 물론 그 경비가 국민이 피땀흘려 돈 벌어 낸 세금에서 충당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하긴 새로운 임지에 가면 비서나 당번 일을 하는 장교나 사병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집무실과 공관 비품까지 교체하거나 재배치하는 지휘관들도 종종 있더군요.

총장님께서 부임 후 집무실 리모델링 역시 전임자가 시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데다 당시는 세월호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졌던 시기인데다 비용도 억대에 이르렀다고 하더군요.

최차규 총장님.

이미 언론에 보도돼 직접 혹은 참모들을 통해 보고받으신 내용을 다시 이 글에서 대하시게 돼 많이 불편하실 줄 사료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총장님의 결단과 지혜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용퇴를 포함한 뼈를 깎는 결심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 혹독한 생도 훈련을 거쳐 위관, 영관 장교에 이어 장군에 진급해 마침내 공군총수까지 오른 지난 40년 군생활을 이렇게 내려놓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군인 특히 장군은 내려올 때 모습을 통해 그의 전체 군인으로서의 생애가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저보다 훨씬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들 말합니다.

“임기 2년을 이제 절반 갓 넘긴 총장을 교체하면 지휘공백과 혼란이 온다.”

“이 정도 사안 갖고 총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대한민국에 남아있을 장군 어디 있겠느냐.”

예, 그런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부하들에게 의심을 받는 지휘관이 임기를 채우는 것은 되레 군의 위계와 기강만 흔들어 놓는 일이다. 그리고 총장이 바뀐다고 지휘체계가 흔들린다면 그런 군이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1993년 해공군 인사비리가 터졌을 때 당시 해군은 김홍렬 소장이 중장 진급과 함께 1년간 중장계급으로 대장 보직인 총장직을 잘 수행한 일도 있다.”

“두번째 주장에 대해선 참담한 맘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장군 중 소수가 일탈행위를 저지를 뿐 대부분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물론 뼛속까지 군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장군을 이 시대에 찾는 것은 과욕일지 모르지만 생도 시절, 초급장교 시절의 군인정신을 30년 넘게 간직하고 있는 군인들이 훨씬 많다.”

총장님께선 다소 냉정하고 어떤 때는 쌀쌀하기까지 부하들을 대해 주변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총장님께선 이번에 제기된 일련의 의혹들이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군의 최고 계급까지 오르신 분에 대한 믿음과 기대 때문입니다.

총장님께선 특히 소신과 주관이 뚜렷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소신과 주관은 지휘관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덕목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자칫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독단, 독선으로 읽히기 십상이며 이번 문제도 상당 부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임을 총장님께선 미처 깨달을 기회가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평소 부하의 충언을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법 화법이 자꾸 떠오르는군요.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내면으로 는 강철보다 차갑고 무거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같은 것이지요.

최차규 총장님.

이번 일을 통해 몇가지 돌이켜 볼 것들을 정리해 봅니다.

먼저, 이미 일반사회이든 군대든 리더십의 양태와 내용은 상당히 바뀌었으며, 앞으로도 더욱 바뀔 것이란 사실입니다. 과거 “나를 따르라” 방식보다 “내가 먼저”가 시대정신에 더 부합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실천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둘째, 계급이 올라갈수록 권한과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진정한 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 줬습니다. 전쟁이란 가장 불합리한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선 더욱 그렇다는 점도 말입니다.

셋째, 군내부의 문제는 그냥 덮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백일하에 드러난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무마하거나 변명하기보다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며 개선의지를 보일 때 당사자의 명예회복은 물론 군대문화가 변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줬습니다.

넷째, 공관병이나 당번병 같은 제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현재 운용되는 방식이나 규모가 과연 적정한지, 그리고 이것이 사병들 사이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이같은 점들을 국민과 군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공유하게 된 점에서 이번 일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최 총장님께서 겪고 있는 비난과 고통이 그동안 쌓인 군내부 적폐들을 풀어나가는데 보탬이 된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겠지요. 살신성인은 바로 그럴 때 적합한 성어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총장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저는 다시 말씀드리는 겁니다. 오랜 관행과 관례에서 비롯된 적폐들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데 총장님이 지혜와 용기, 결단을 내리시길 다시 제안합니다.

총장님의 결단으로 손상받은 명예가 회복되고 공군,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군이 변화와 혁신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40년전 대방동 공군사관학교 캠퍼스 입교 때부터 품고 키워오신 보라매의 꿈이 총장직 이후 생애에 더욱 아름답고 빛나게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5월4일

아시아엔 발행인

이상기 드림

*추신=이 글은 군의 의식과 문화가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특히 이같은 변화에 최 총장님께서 구체적, 실질적이며 실천적으로 앞장서길 진정 기원합니다. 이 글을 마칠 즈음, 1999년 강제전역된 L장군, 전역 20년 가까이 되도록 군골프장에 맘대로 못 다니는 K장관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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