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주소 상속’ 법제화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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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이메일 주소에 관해 한번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 주소는 앞 부분은 ‘winwin0625’입니다. 거기에는 약간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winwin은 상생(相生)이란 뜻을 담고 있어 제가 좋아하는 말이지요. 0625는 무어냐고 궁금해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메일을 만든 날입니다. 2002년 6월25일, 한일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 시합 직전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심마니닷컴의 ‘winwin2’를 이메일 주소로 쓰고 있었지요 그런데 1주일이 지나도록 수신메일은 없고 지인들이 전화해 “이메일 보냈는데, 왜 답장이 없느냐”고 따지듯 묻는 겁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개인적으로 오는 메일에 대해 ‘씹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이상하다 싶어 심마니 회사에 문의하니 “서버용량이 부족해 더 이상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답이었습니다. 얼마 뒤 이 회사는 문을 닫았지요.

곧바로 주소를 바꿔 새로 개설하고 매년 1만9천원 유료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 13년간 아무 사고없이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1999년 3월에서야 ‘이메일이라는 것’을 처음 사용한 ‘정보화시대 늦깎이’입니다만, 아주 유용하고 정말 고맙게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거주 외국인들과도 단 몇 시간 만에 원고청탁, 의견교환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요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 등 훨씬 빠른 수단도 나왔지만, 나름대로 글에 예의와 형식을 갖춰서 전하는데는 이메일을 따를 수 없지요.

이메일 주소와 관련해 제가 염두에 두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주소를 지을 때 아무렇게나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메일 주소는 부모님께 받은 자신의 성명(姓名) 다음으로 자신을 대신하는 ‘제2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성명은 부모님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미와 발음을 지닌 걸로 며칠을 고심해 주신 거라면 이메일 주소는 자신이 난생 처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짓는 것이지요. 그러니 대충 지어서야 되겠습니까? 상대방에게 나를 한눈에 쉽고 정확하게 전달시키도록 지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이용자가 원할 경우 이메일에서 생성, 보관된 콘텐츠는 타인에게 상속 또는 기부 등을 통해 보전돼야 합니다. 현행 제도로는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그가 지녀온 콘텐츠는 영원히 사장(死藏)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용자의 부재(不在)와 함께 영원히 소멸되고 마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메일 이용자가 처음 계정을 만들 때, 혹은 추후 특정인(단체)을 지정해 사후(혹은 그 이전이라도)에 상속 또는 기증의사를 밝힐 경우 그의 이메일 콘텐츠를 상속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습니다. 아마도 이메일이 사용이 본격화한지 20년도 채 안돼 정부와 국회 등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제 경우만 해도 이메일 개설 13년간 삭제메일을 제외하고도 ‘받은편지’가 3만6천여개, ‘보낸편지’는 4만3천개, 국내외 지인 1만여명의 이메일 주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 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그러고 보니 이메일주소 상속문제도 정보화시대 사각지대의 하나입니다.

이메일주소 상속 법제화, 아직 그렇게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늦출 문제 또한 아니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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