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시리아 잇따른 교전, 세계문화유산 훼손 극심···’2천년 역사’ 팔미라 사자상 파괴돼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시리아 북동부 팔미라 일대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이슬람국가(IS) 간 교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 문화유적이 대거 훼손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IS가 팔미라 일대 유적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이 지역 유명한 사자 조각상과 기타 유물을 파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13일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으로 팔미라의 벨 샤민 사원을 포함 문화유적이 파괴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27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지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지역 주민의 증언을 전했다. 이 남성은 IS의 팔미라 점령 이틀째 되는 날 반군들이 도시 박물관 내 조각상을 파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큰 소음이 들려 지붕에 올라가 상황을 살폈다. IS가 중장비를 동원해 ‘사자신’ 동상을 파괴하고 있었다”며 “다른 조각상들의 잔해도 보였지만 파손 정도가 너무 심해 원래 어떤 조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 폐허로 남아있던 팔미라는 17∼18세기 이곳을 지나던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20세기 들어 일부 복원됐다. 1980년 유네스코는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며 팔미라 고대유적지 및 사자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슬람교 이전에 숭배되던 아랍 여신 알랏의 이름을 딴 이 사자상은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높이 3m, 무게 15톤의 대형 유물이다.
한편 IS는 올해 3월5일 이라크 북부에 있는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와 하트라 유적도 파괴했다. 또한 3월8일엔 코르사바드 인근 두르 샤루킨 유적지 일부를 파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IS는 고대 유물을 우상숭배라고 주장하면서 파괴하는 동시에 활동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유물 약탈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시리아 정부군도 문화유적을 훼손하고 약탈한다는 것이다. 2013년 시리아 정부군이 팔미라 유적을 요새화한 이후 전투에서 벨 사원 내 기둥 여러 개가 쓰러졌고, 담벼락 외부도 훼손됐다. 시리아 정부군은 팔미라 유적 등지에서 약탈도 자행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