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메르스 사태 속 떠오르는 그분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중동지역을 다녀온 68세 남성이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것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난 5월20일 확진된 후 40일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메르스 발생초기 정부의 안일하고 허술한 대응이 사태 확산을 키워서 아직 종식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애초에 감염 전문가들이 국내 메르스 사망률이 10%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 넘어 17.6%(6월28일 현재)을 기록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과 보건의료 분야 공무원, 확진환자 접촉으로 자가격리된 이웃에 대한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환자 치료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노고에 국민들은 감사를 표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께. 더운 여름에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본다는 게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께 용돈을 모아서 선물을 준비했어요. 무서운 메르스와 싸워주셔서 감사해요.”

경기도 이천 증포초등학교 2학년 박서연(8)양이 대전 건양대학병원에 보낸 편지다. 편지 뒤엔 동생 박서진(5)양이 그린 그림편지도 있다. 자매의 편지를 본 병원 의료진 10여명은 가슴이 뭉클해져 몇 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6월23일에는 대전 을지대학병원이 격리 해제되어 지난 2주 동안 병원에 감금되다시피 격리된 채 중환자실 환자들을 돌본 간호사 39명 등 의료진 40여명이 보름 만에 집으로 퇴근했다고 한다.

특히 간호사들은 15층 의료진 격리 공간과 4층 중환자실만 왔다 갔다 하면서 중환자들을 돌봤다. 간호사들은 마스크에 방호복까지 입어 숨 쉬는 게 힘들어 주저앉은 것도 여러 번이었다고 한다. 주부 간호사들이 집에 있는 자녀들과 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울먹이면, 다른 간호사들도 따라 울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메르스와 사투를 벌리고 있는 의료인들을 “여러분이 숨은 영웅입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울에서 열린 2015 세계간호사대회 개막식에 참석하여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메르스 감염 위험에도 사력을 다하는 간호사 여러분이 국민의 수호천사”라고 말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입고 온종일 근무한다. 간호사들은 우선 전신 방호복을 입기 전에 긴 머리를 하나로 똘똘 올려 묶고 의료용 흰 장갑을 먼저 낀다. 그리고 보건용 N95 마스크의 입 부분에 손을 대지 않고 고무줄을 머리 뒤로 넘겨 착용하고 묵직한 플라스틱 고글을 쓰면, 마스크와 고글이 코와 입 주변을 눌러 숨쉬기가 쉽지 않다. 그 위에 헤어캡을 쓴 다음에 우주복 형태의 전신 방호복을 입는다.

방호복에 달린 모자를 쓰고 앞쪽에 세로로 길게 달린 지퍼를 올린 다음 지퍼 위에 양면테이프를 붙여 완전히 봉한다. 방호복과 같은 재질의 덧신을 신고 입과 눈을 한꺼번에 가리는 투명 마스크를 한 번 더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팔목까지 덮는 고무 재질의 의료용 장갑을 한 겹 더 낀다. 고글과 마스크 때문에 고개를 양옆으로 돌리는 것도 어렵고, 덧신이 발보다 20cm는 커서 걸을 때 제 발을 밟기 일쑤다.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간호사들이 24시간 환자들을 돌보는 노고에 감사한다. 필자는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 근무(1965-1989)할 당시 대한간호협회(Korean Nurses Association) 김모임 회장 및 임원, 간호대학 교수들과 교류가 있었다. 즉 유니세프는 보건분야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당시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개설된 보건간호사(Public Health Nurse) 과정과 주요 도시 간호대학에 개설된 간호조무사(Nurse Aide) 훈련과정을 지원하였다.

김모임교수

필자가 존경하는 우리나라 간호계 인사로는 소연(素硏) 김모임(80) 교수님이 있다. 김 박사님은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하와이주립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MPH) 그리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박사(Dr.PH) 학위를 영득하였다.

이후 40여년간 후학을 양성하면서 연세대 간호대학장, 적십자간호대 학장 등을 역임하였다. 또한 제11대 국회의원, 제36대 보건복지부 장관,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 대한가족계획협회장,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WHO 간호정책 고문 등을 역임하였다.

전 재산 26억원을 모교인 연세대 간호대학(College of Nursing)에 후학 양성을 위해 기부하고 평생 봉사의 삶을 살며 인류 보건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1월 제11회 유일한상(柳一韓賞)을 수상하였다. 상금 1억원도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적인 여성지도자를 기르는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사회 지도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몸소 실천한 김모임 교수님의 삶을 본받아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19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 개막식 축사를 통해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간호사분들이 메르스 치료 현장에서 굳건한 사명감으로 사력을 다해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며 “이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의료인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국민의 진실한 수호천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오로지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 간호에 매진하는 여러분이 계시기에 국민이 믿고 의지하며 견뎌내고 있다”고 간호사들을 격려했다.

개막식에는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주디스 섀미안 국제간호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 회장을 비롯해 135개국 간호협회장, 국제기구 보건의료담당관 등이 참석했다. 개막식에 이어 간호교육과 연구, 실무 분야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교류하는 학술대회가 서울 코엑스(COEX)에서 19-23일 열렸다. 학술대회에서 연구논문 400여편이 발표됐다.

금번 서울 세계간호사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간호 분야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메르스 사태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희망한다.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끼친 메르스 사태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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